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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5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 심사평(김영찬 님)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5-05-19 18:37:13

●제33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 심사평(김영찬 님)

 

 

 

 

- 심사위원: 김영찬 문학평론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겸 문학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근대의 불안과 모더니즘》, 《비평극장의 유령들》, 《비평의 우울》 등이 있다.



익숙함 속의 새로움


- 심사평


이번 계명문학상 응모작들은 대체로 크게 처지지도, 그렇다고 크게 튀지도 않는 나름의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이런 현상은 일단 작가지망생 혹은 문학수련생의 글쓰기 훈련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초심자 특유의 투박하지만 기성 작가와는 다른 신선한 문학적 안목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이번 응모작의 대부분이 예컨대 김애란식 명랑성, 황정은식 환상성, 박민규식 변신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기에다가 이즈음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좀비물과 SF물의 소박한 일회용 소설, 그리고 역사물까지 더해져서 이번 응모작들은 대체로 신인다운 패기가 아쉬운,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의 연속이었다. 어떤 점에서 문학사적 전통 혹은 연속성이란 선배작가의 작품을 모방하고 변주하면서 성립되기도 하지만, 해롤드 블룸의 지적처럼 새로운 문학이란 기성문학의 ‘영향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이루어지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긴장이나 불안이야말로 지금 우리 문학에게 반드시 요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중에서 골라낸 몇 편의 소설들 또한 이러한 익숙함의 혐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문학의 압박을 견디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연착」은 산뜻한 첫인상을 주는 소설이다. 그러나 덩치가 크고 험상궂게 생긴 멧돼지를 학창시절 ‘나’와 모종의 관계를 맺었던 학교 짱 태수, 종혁과 동일시하면서 소설은 길을 잃는 듯하다. 게다가 언뜻 야만과 폭력의 상징처럼 보이던 멧돼지가 군인들에게 사살되는 마지막 장면은, 멧돼지보다 더 야만적인 현실의 어떤 힘을 상징하는 것인지, 아니면 멧돼지로 상징되는 어떤 한 시절의 몰락(혹은 마감)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 부분적으로 빛나기는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설득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돌멩이가 되다」는 감정 노동에 시달리던 ‘나’가 갑자기 등장한 ‘말하는 돌멩이’에게 감정을 판 뒤에 결국 자멸하게 되는 환상적인 소설이다. 성공을 위해 감정 없는 기계가 되기를 강요받지만 그러한 무감각과 무감정의 결말이야말로 ‘은둔형 외톨이’에 불과하다는 소설의 전언은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나 발상의 신선함만큼 서사를 이끌고나가는 박진감은 부족한 듯하다.
「오른쪽으로 돌아가시오」 또한 익숙하게 반복되는 일상과 그러한 일상이 미묘하게 균열되는 사소한 계기, 그로부터 피어오르는 삶의 불안이라는 다소 빤한 소설적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모종의 서사적 긴장을 지속시키는 힘 때문에 이러한 익숙함 속에서도 자기 나름의 문학적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 K의 분열적 자의식, 즉 겉보기에 강박적 피해자처럼 보이는 K가 어쩌면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이중적 자의식이 소설의 주요 사건과 적절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접촉성 전염 질환인 ‘감기’(기침)로 느슨하게 이어지는 ‘살인자-(시체)-K-K의 딸’의 연관관계를 통해 소설은 우리가 마주하는 이 세계와 가상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접촉점을 이룬다는 사실, 따라서 우리는 이 세계로부터 결코 도망가지 못한다는 비극적 세계인식을 암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이 소설은 기성문학과의 연속성을 이루면서도 그러한 ‘영향에 대한 불안’을 의식함으로써 새로운 문학적 긴장을 연출한다.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해 무감각하지 않은 이 작가의 자의식이야말로 지금 우리 문학의 새로운 활력을 위해 필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오른쪽으로 돌아가시오」를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다.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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