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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6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 서랍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6-05-30 12:16:31

 

● 제36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서랍

 

이태희(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4)

 

 

닫히지 않는 서랍 안에 잠든 채 서로를 애무하는 낯선 조각들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그들은 어쩌면 꿈꾸지 않는다. 지나치게 낭만적인 어둠. 사물의 쾌락과 그들의 옛 애인은 어디에서 죽었나. 태어난 적 없는 것들의 무덤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무덤은 아주 구체적이지만, 그러나 이제 깊지 않다. 깊은 것은 서랍. 서랍은 나의 애인. 서랍의 등뼈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들을 전부 삼키고 싶은데. 서랍 안에 누워 문을 닫고 평생 수음해도 좋을 텐데. 그 안에서 새벽을 맞는다면, 문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다. 서랍은 이제 노랑이다. 노랑은 관계다. 끝나지 않는 문장과, 길어지는 그림자와, 눈이 덮이는 골목처럼 언제나 관계다. 나는 관계가 아닌 것만을 꿈꾼다. 나는 낭만이 아닌 것만을 꿈꾼다. 꿈을 꾼다는 것은 다시 낭만이다.

 

 

● 제36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 수상소감

 

지난 몇 해 동안 습작생으로서, 혹은 대학생으로서 문학적인 방식의 글을 쓴다는 것이 부끄러운 자기기만처럼 여겨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혹독하거나 참혹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얼마간은 그 거대한 고통을 외면하기 위하여 글을 썼던 것이다. 그러다 가까스로 그 세계를 잊지 않기 위해서,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도 했다. 그때의 글들은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워할 수 있다.
나의 무신경함을 견뎌주는 친구들. 그 이름들을 떠올려보면 매순간이 아득해진다.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애정해주시는 선생님들. 선생님들이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그저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친구이자 큰 형이자 존경하는 어른 레인보우스시 사장님. 누구보다 우리와 우리의 글쓰기를 걱정해주시는 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나의 기약 없는 글쓰기를 항상 응원해주시는,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일찍이 글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식의 수상소감을 읽을 때마다 구태의연하다고 느껴왔지만, 이렇게 쓸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상은 나의 지독한 비겁함을 깨고 나오도록 건네주신 응원이라고 믿는다. 반복하건대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써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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