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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4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 심사평(박성원 님)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4-05-20 20:07:34

 

 

●제34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 심사평(박성원 님)

 

 

- 심사위원: 박성원님


1994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단편소설 <유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이상(異常), 이상(李箱), 이상(理想)> <나를 훔쳐라> <우리는 달려간다>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하루』등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동국문학상,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 심사평

얼마 전까지 심사 때문에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문학동네 작가상, 한겨레문학상 등 심사가 겹치는 바람에 읽어야 할 것이 많았다. 다른 심사에서도 느낀 일이지만 몇 년 전에 비해 기본기가 탄탄한 응모작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문장의 기본이 안 된 엉터리 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본심보다 오히려 예심에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는 전국에 널리 있는 문창과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문창과의 등장으로 비문과 오문이 많이 줄었고 전문가적인 글쓰기 형태가 많아졌다. 기본이 되어야만 그 어떠한 서사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법이다.
장시간 독해해야 하는 심사가 힘들었지만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신춘문예나 각종 신인상 공모보다 수준이 높으면 높았지 결코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응모작들 중에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개인적인 이야기 중에서도 ‘불안’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유독 많았다. 아마도 취업이나 진로에 대한 불확실함 등의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때문인지 몰라도 특별한 직업을 다룬 소설들이 많았다. 이를 테면, 각종 대행업이나 미래사회에 나올 법한 직종 등 특별한 소재에 기댄 소설들이 많았다. 다른 심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소재주의에 너무 기댈 경우 늘 당선권에서 멀었다. 소재의 특수함에도 불구하고 이토록이나 낯선 직업을 왜 가져왔는지 소설 속에 구체화시키지 못한 까닭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은 묘사 위주의 정통적인 서술 방식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대신 수사학에서 말하는 축약어법인 라코닉(laconic) 위주의 글쓰기 방식이 눈에 띄었다. 이 같은 현상은 각종 문예지나 신춘문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문을 통해 함축된 의미를 전달하거나, 묘사 위주의 가공 형태보단 기존 텍스트를 차용하는 이른바 ‘문학적 선택’ 혹은 ‘지식조합형’ 방식이 두드러졌다. 비트겐슈타인은 “낱말의 의미는 사용에 있다”라고 했고, 데리다는 “낱말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라고 했다. 앞으로 연구해 볼만한 일이다.
가작으로 선정한 「레인 댄스를 추는 매기의 모험」과 「말락에 관하여」가 그렇다. 「레인 댄스를 추는 매기의 모험」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비틀기와 지식조합의 형태가 모두 적절하게 사용된 모범적인 예가 되었다. 하지만 주제나 의미화가 조금 부족했다. 재치나 기발함은 풍부했지만 다 읽고 나서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 게 아쉬웠다. 「말락에 관하여」는 와인과 삶을 대비시킨 일종의 메타픽션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문장을 다루는 능력이 능수능란했지만 다섯 살과 스물다섯 살의 작중인물이 혼돈스러웠다. 당선작은 「양말」인데 후반부가 약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알레고리를 통해 외로운 우리들의 모습이 차분하게 전달되었다. 사실 가작과 당선작의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 장점과 단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작가가 되기 위해 연마를 다지고 있다는 게 응모작들을 통해 느껴졌다. 소설을 생각하는 이 땅의 문학도들에게 포스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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