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5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 명문 고시원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5-05-18 17:46:59





● 제35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서울과학기술대학교·문예창작학·2)



  이쪽으로 가면 섬이 끝날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쪽으로 걸어가 보니 부서진 것들은 멈춰있었다. 섬, 버려진 공사장, 커다란 프로펠러들,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날개들 밑에서 아름다운 녹색 유리를 주웠어


 공터 앞바다에 비가 내리면 세상을 가장 높은 볼륨으로 듣고 있는 것 같다 부풀어 오른 바다와 땅을 반씩 밟아보면 서 있는 것도 떠 있는 것도 아닌 기분. 아무도 오지 않은 채로 바다랑 나만 있었어. 할아버지가 바다에서 죽었대. 큰 아들도 배를 묶으러 갔다가. 엄마는 나중에 알려줬다 할머니가 왜 혼자였는지. 바지락을 가득 잡아서 파닥파닥 소리를 내며 언덕을 올라오는 할머니.


 새아빠는 흰 차를 타고 왔다 섬이 아니었는데 나는 그곳을 자꾸 섬이라고 불렀다 엄마가 울면서 왜 자꾸 거기를 섬이라고 하니 섬이 아니야 내가 너를 왜 섬에 두었다고 생각하니 바다가 보이는 마을일뿐이었는데. 앨범을 찾았어 앨범 속에서 아빠와 나는 즐겁게 웃고 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아빠를 내가 꽤 좋아했나봐 고양이를 찾으려고 무릎을 꿇고 침대 밑을 내려다 볼 때마다 틈 속에 꽉 차 있는 두꺼운 앨범들을 보게 된다 잊은 것들 다르게 기억되는 것들을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셔 몇 년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가 한 이야기 가끔 아빠에 대한 이야기 나는 쓰고 싶었다 어째서 기다림이 끝나도 기다림은 계속되는지 버스가 신호에 걸려 멈춰 있으면 가끔 생각해 같은 곳에서 우리는 기다린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눈을 뜨면 학교거나 집. 자고 있는 동안 도착해버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 같이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혼자였던 밤. 선생님이 써주신 글을 오랫동안 간직했어요. 사랑하는 소정아, 중요한 것을 기다리는 소정아, 힘을 내서 마중을 나가자. 밖으로 나가면 세상에는 주울 것투성이. 돌아오지 않는 배. 가족.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친구들. 에메랄드인 줄 알았던 소주병 조각은 언제 사라졌을까?


 새벽에 눈 뜨면 방과 나만 있었어. 맨발로 달려가 아무 집에 들어가 잤다 내 발이 얼마나 차가운지 말해주는 아이들 목소리를 들으며


●제 35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 수상소감


 소감을 쓸 일이 있으면, 첫 문장은 글쓰기를 계속 하길 잘했다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였다. 나를 즐겁게 해주는 일이었던 글쓰기가 잘해야 하는 일로 바뀌면서부터는 부담이 생겼다. 글을 쓰는 게 잘 안 되도 계속했던 것은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그 사람들이 쓴 글이 또 좋아서 여기에 더 있고 싶었다. 괴로웠던 일들은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정해진 것처럼 느껴지고 그것만 쓸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슬펐다. 글쓰기에서 정해놓은 것들만 쓸 수 있다는 건, 글쓰기를 시작했던 마음과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도 다른 걸 해볼 수 있었고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겪게 되는 일이 재밌었는데, 왜 부담이 되었는지. 규정들은 내려놓고 싶었다. 투고한 시에는 지금까지의 그런 노력, 이해받고 싶어 하기도 하고, 뭔가를 전달하려고 하기도 했던 그런 노력들이 있었다. 다시 읽어보면 마음이 무척 좋아지지는 않지만, 열심히 했구나 싶다. 심사위원분들게 감사드린다고도 전하고 싶다. 다 쓰고 무엇이 남았는지를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보려고 한다.


네티즌 의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