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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6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 방어진 시외버스 터미널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6-05-30 12:08:26

 

● 제36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방어진 시외버스 터미널

졸업 작품1)


전명환 (중앙대학교·국어국문학·2)

 

 

칼이 떠다니는 바다에는 술 위에 배가 뜬다

바람을 먹고 자라는 배들은 만석이 될 때까지 해를 거두었다가, 얼마 안 되는 빛까지 잔에다 들이붓고 말하는 법을 까먹은 등대만 눈을 깜빡인다

바다 향이 이렇게 독하다

동네에 불을 지르는 생각 같다

생각

 

소년은 쥐고 싶은 것이 많다

한 번쯤 쥐어 본 것들을 다시 놓지 않겠다고 결심할 때 소년은 과거로 도망치고

이 동네 사람들은

바다에 떠다니던 칼을 하나씩 주워 온다

대부분 사람을 죽이기 손쉬운, 생김새다

생김새니까 죽은 사람만 있고

죽인 사람은 없다

칼을 무서워하는 뜨내기들은 바람에 귀가 베여 있다

뜨내기들이 그렇다

 

나 또한 집에 칼을 세워두었다

나름 살 만한 동네라는 말이 거기서 나오고

 

몇 년째 일기에 꼭 쓰는 말이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허세를 부린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그렇고 남자들은 대개 그렇다

그러니까 문제인 것이다

검은 비닐엔 만 원이 겨우 담기는데

게다가 단골이라니,

빨리 이 동네를 떠나야겠다는 생각뿐

가끔은 당신의 칼과 악수하는 상상

그때는 기쁘게 속삭이고 싶다

 

아저씨, 나는 더 무서운 사람을 알아요

 

 

1)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부터 졸업 때까지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한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기성세대들이 그것을 사회경험이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속담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에서도 볼 수 있는 정서이며 이것이 곧 한국 청춘들을 젊음과 열정이라는 이름하에 굴릴수 있게 한 민족적 배경이다. 홍민욱, <한국 사회에 나타나는 한국어>, 2015, 13p.

 

 

● 제36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 수상소감

 

시를 너무 잘 썼던 친구 M은 시를 쓰면 주석처럼 수상소감을 준비했다. 그동안 나는 시보다 박수에 도가 텄기에 처음 연락을 받고 어디에 박수를 쳐야 할지 고민했다. 매해 무료하게 보내던 생일이 다른 국면으로 치닫는 순간이었다. 저녁 아홉 시까지 고생스럽게 전화를 돌리신 계명문화상 관계자 분들께 먼저 생일선물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담담한 척, 의외였던 척 했지만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신중해졌다. 그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이 수상소감도 며칠이 걸려서 겨우 첫 문장을 뗐다. 600자 안에 소감을 욱여넣는 일이 이리도 힘들다면 여전히 시에 재능은 없는 것 같지만 그만두지는 말고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이 지면을 빌려, 한량 같은 막내아들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도 믿어주시는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시를 계속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항상 여러 방면으로 챙겨주시는 이경수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함께 공부하는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회’, ‘필’ 회원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연인이자 든든한 동료 J와 나의 선택을 지켜봐주는 모든 소중한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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