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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1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 심사평(안도현 님)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1-05-23 18:41:37

- 심사위원: 안도현 시인


1961년 경북 예천출생으로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됐다. 1996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1998년 소월시문학상 수상을 수상했다.

시집 《안도현의 아침엽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연어》, 《외롭고 높고 쓸쓸한》, 《짜장면》 등을 출간했다.

 

 

 

- 심사평 -

 

2011 계명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

올해 응모작의 특징은 한 마디로 서정의 회귀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요 몇 년 간 우리 시단을 들뜨게 만들었던 ‘미래파 현상’이 대학생들의 작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나, 그 흉내 내기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시들이 많았다. 과도한 실험의식이나 혼잣말 같은 자폐성 언어에 대해 일종의 반성적 성찰이 이뤄지고 있지 않나 싶다.

서정시는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그 작동 원리로 삼는다. 응모작들이 서정적인 경향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전통의 구태의연한 답습이라고 싸잡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시를 쓴다는 것은 말을 붙잡고 자기 자신을 새로이 세우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선 세대와 차별된 말을 포획하고 구사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요청에 응답하는 시들을 읽을 수 있어서 심사하는 일이 매우 즐거웠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 중에 「지평의 눈」(179)과 「개와 늑대의 시간」(115)은 시적 대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날카로웠으나 말과 말의 결합이 부자연스러웠다. 「옥상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다」(99)와 「장롱의 낮잠」(189) 은 호흡이 안정되어 있고 언어가 매끄러운 시인데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 때문에 뒤로 젖힐 수밖에 없었다.

「치자꽃」(108)은 시상을 전개하는 솜씨가 차분하고 말을 감각적으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말의 힘이 시를 뛰어넘어 독자를 크게 감염시키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버스정류장」(62)은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 중에 상상력의 작동이 가장 유쾌하고 활달한 시다. 그래서 시가 행을 거듭할수록 신비롭게 느껴지는 세계를 선사한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면 좋을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당선작으로 고른 「사랑니를 뽑다」(89)는 매우 기품 있는 수작이다. 함께 응모한 네 편이 모두 경어체 종결어미를 사용하고 있어 조금 불만스럽지만, 그런 사소한 불만을 잠재울 만한 뛰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말과 시적 대상의 거리조정을 할 줄 아는 절제력, 적재적소에 꼭 알맞은 상상력을 채워 넣는 힘, 그리고 미세하면서도 정치한 감각은 장인의 그것에 가깝다. 한국문학의 내일을 이 젊은 사람에게 기대해도 좋으리라.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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