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계명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입니다.
심사위원: 성석제 소설가
제 26회 소설 심사평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보며 우리의 소설문학에 희망이 있음을 느꼈다. 반면 문장이나 구성은 일정 수준에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무엇을 쓸 것인지,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모자란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다. 소설이 내면에서 샘솟는 것만은 아니고 언제나 소설 같은 상황이 찾아와주는 것도 아니라면, 바깥과 주변에서 뜨겁고 흥미로운 것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실력 없는 대학생 밴드 멤버들의 일상 중 하나를 끊어서 보여준 [아무도 모른다], 전망 없는 학내 언론사 기자의 의식을 다룬 [말해 봐요 세이렌]은 절실한 동기가 없이 관성적으로, 억지로 뛰고 있는 운동선수 같다. [먼지는 먼지이고 바람은 바람인]이나 [水초에 묶이다] 역시 무기력한 남녀가 재우쳐 묻는 누군가의 물음에 어쩔 수 없이 답을 하는 형국이다. [초상화의 멸망]과 [구멍]은 주인공인 ‘소녀’나 ‘소년기’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못한 인물의 미성숙한 의식과 행태를 보여준다. 남의 경험으로 읽기에도 너무도 많이 다뤄진 이야기라는 점에서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오동도에서]는 군대 가기 전 흔히 했을 법한 경험을 수채화처럼 감각적으로 그려낸 것이 호감을 준다. 입담도 좋고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군대에 가기 전 서울 역전에서 한 번 만났던 여자를 30대 들어 오동도에서 다시 만난다는 설정은, 흘러간 유행가로 고리가 연결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우연스럽고 ‘소설적’이다.
[팔월]은 한때 유행한 ‘코드’인 엽기성을 바탕으로 미성년자 성폭행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다룬 문제작이다. 문장이나 구성이 탄탄하고 치밀하다. 문제는 필요한 것을 채워넣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하는 것이다. 남들과 변별되는 자신만의 각별한 개성이 조금 더 발휘되었더라면, 타오를 때는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견준 끝에 [팔월]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앞으로 쓸 작품에서, 또 작가로서의 방향을 정할 때 절정이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한 걸음 더 올라갈 곳, 나아갈 자리가 없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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