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에는 죄인의 머리와 손을 묶어 시민들 앞에 세워두는 ‘형벌대’라는 처벌 방식이 있었다. 죄인은 광장 한가운데 묶여 지나가는 시민들의 야유를 견뎌야 했고, 공개적인 망신을 당해야만 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형벌대의 존재는 ‘잘못을 저지르면 당신도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던 셈이다. 이러한 공개 형벌은 근대에 들어 형벌제도가 변화하고 공개적인 망신을 처벌 수단으로 삼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누구나 기록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비슷한 모습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누군가의 경솔한 말이나 비교적 가벼운 잘못이 사진과 짧은 영상으로 온라인에 기록되면 수많은 사람이 비판에 가세하고, 그중 일부는 당사자 개인을 향한 공격까지 이어간다. 이 모습이 과거 형벌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광장의 형벌에는 끝나는 시간이 있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비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난이 쉽게 끝나지 않는 데에는 디지털 기록의 특성이 한몫한다. 누군가의 실수나 비교적 가벼운 잘못이 온라인에 공개되면, 이를 다룬 게시물과 영상은 캡처와 재공유를 통해 반복해서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경위를 충분히 알지 못한 사람들도 일부 정보만으로 비난에 가세한다. 그러다 보면 특정 행동에 대한 지적이 외모와 인격, 가족을 향한 공격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 사이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더라도 관련 게시물과 영상에는 새로운 제목이 붙고 댓글이 달리며 비난이 이어진다. 이때 처음에는 특정 행동을 향했던 비판이 점차 그 사람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 번지고, 이미 지나간 사건도 다시 논란이 되곤 한다.
이러한 온라인 박제의 영향은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가 한번의 실수로 오랫동안 조롱받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이를 지켜봐 온 군중들도 ‘나도 한 번 잘못하면 저렇게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면 애초에 비난받을 만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쪽이 더 안전해 보인다. 잘못을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문제는 온라인에 박제돼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자신에게 필요한 말과 행동까지 스스로 검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벌대가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사회적 경고를 주는 역할을 했듯, 오늘날 온라인 환경에서도 비판은 마땅히 필요하다. 중대 범죄나 공익을 위한 정보처럼 피해자의 권리와 사회의 알 권리를 위해 남겨야 할 기록도 분명 있다. 다만 한 사람의 가벼운 잘못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과 그 사람을 과거의 한 장면에 계속 묶어두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는 우리는 ‘책임’과 ‘비판’을 명분으로 한순간의 실수를 한 당사자를 박제하고 혐오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형벌대는 죄인이 그곳에서 내려오는 순간이 있었다. 그렇다면 끝없이 기록이 남는 온라인 속 형벌대에도, 책임을 다한 사람을 언제 내려보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