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은 아름답다. 세계 최고의 여자 역도선수 장미란은 올여름 전 세계를 놀래키며 “바벨을 장난감처럼” 들어올렸다. 자세는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안정되었고, 표정은 그보다 더 평온해 보였다. 장미란이 호흡을 가다듬고 기합을 넣는 순간, 정작 숨이 멎는 놀라운 체험을 한 것은 관중이었다. 인간이 아직 가 본적 없던 신성한 세계가 그 순간 잠시 열렸다. 우리는 그 원초적이고도 거룩한 의식(儀式)에 초대된 것이었다. 장미란의 금메달은 ‘한계’에 대한 인간의 고정관념을 다시 한 번 깨주었다. 세계가 주목한 것은 당연했다. 뉴욕 타임즈(NYT) 인터넷판의 베이징 올림픽 특집 그래픽 ‘아름다운 몸매’ 5인에서도 장미란은 맨 위를 장식했다. 그의 현재 몸은 개인 장미란의 것이 아니다. 역도에 가장 어울리게 ‘디자인’된 몸매다. 끄떡도 않는 자세의 안정감은 대한민국 스포츠 과학의 승리요, 돈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역도계의 역량의 결집체다. ‘살’과 ‘다이어트’와 ‘여성의 몸매’에 대한 그 모든 수다는 고로 논점이탈이다. 미인대회 우승자와 비교해 ‘더 예쁘다’는 식의 칭찬 또한 모욕이다. 장미란의 현재 몸매는 그리스 신상(神像)들만큼이나 이상화(理想化)돼 있는 ‘상태’다.
모든 것은 보름동안에 신속히 진행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먼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소문이 돌았던 ‘언니 게이트’를 올림픽 직전 언론에 흘리고, 올림픽 기간 중에 유야무야 묻어버렸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가 청와대로 건 수많은 ‘로비 혐의’ 전화는 모두 ‘청와대 가정부’가 받은 것으로 처리됐다. 대통령 부인과는 의절이라도 한 사이처럼 대대적으로 알렸다. 대통령 부인과도 그러니 ‘제부’인 대통령과는 말 할 것도 없다. 대통령 부부는 주책인 ‘언니’ 때문에 공연히 누명 쓴 고결한 ‘어린 양’ 이미지를 강화했다. 폐막식 직전 한나라당 당직자들과의 만찬에서 오죽하면 대통령은 “요즘 살 맛이 난다. 엔돌핀이 돈다”는 고백까지 하셨을까. 연이은 금메달 소식에, 그 환호와 열광 속에 엉터리 수사보고서는 종결돼 버렸다. ‘이후’는 없다. 사건은 물 건너갔다. KBS 장악은 더 빨랐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에서 구속, 새 사장 임명까지 초(超)스피드다. 빛의 속도다. 게다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초정밀성을 자랑한다. 때맞춰 터뜨린 연예기획사의 방송사 PD 금품로비 수사는 방송과 연예계가 비리의 온상이며 따라서 ‘정화’와 ‘규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