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조기 대선의 배경과 문제점
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원래 정치일정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내년 2월 24일 임기가 만료되며, 따라서 대통령 선거는 오는 12월 20일 실시하게 되어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는 그 임기만료일 전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금년 대통령 선거는 지난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 결의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의 최종 판결로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 직에서 파면됨으로서 조기 대선을 실시하게 되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는 그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런 선거법 규정에 따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3월 1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9대 대통령 선거일을 5월 9일 화요일에 실시한다고 공고하였다.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하여 각종 선거일이 선거법에 공식적으로 규정된 것은 공직선거법이 1994년 3월 16일(법률 4739호) 김영삼 정부에 의하여 제정된 이후이다. 그 전에는 집권정당이나 정파 간의 이해에 따라 ‘농번기’, ‘동절기’ 등 임의로 선거일이 결정되어 논란이 되었다.
미국과 같은 선진민주국가의 경우, 대통령 선거와 같은 중요한 선거는 사전에 예측가능한 선거일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권은 이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87년 민주화 이후 선진국과 같이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일이 선거법에 규정되어 선거일자 결정을 가지고 정당간의 논쟁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 이는 비록 작은 일이기는 하지만 한국정치가 선진화되고 있는 상징적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제4의 물결과 한국정치의 선진화
한국정치는 이번 대선 이후 상당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역동적인 변화를 하였다. ‘Dynamic Korea’ 라고 부를 정도로 격동적인 변화를 경험한 한국은 지금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 해 사망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6년 발간된 그의 저서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포스트 모던사회는 <제3의 물결>( The Third Wave)을 뛰어 넘어 정치 · 경제 · 사회 등 각 부문이 완전히 변화하는 <제4의 물결> (The Fourth Wave)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예견했는데, 한국은 이를 반영하듯 <제4의 물결>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1의 물결은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 기간으로 신생국가의 건설과 민주정치 제도의 도입을 통한 시기이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또한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이승만은 단독정부 수립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소련 간의 냉전체제에서 미국식의 민주주의 제도를 받아들여 신생독립국가를 건설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독재를 하여 4·19 학생혁명으로 결국 임기 중 사퇴했다.
제2의 물결은 박정희 시대이다. 조국근대화란 국가적 목표 아래 수출산업의 육성 등과 같은 산업화를 통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여 오늘과 같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는 산업화는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으나, 민주주의의 단절과 후퇴를 야기함으로써 민주정치 발전을 저해했다.
제3의 물결은 1987년 6월 시민항쟁의 결과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한 6·29 선언으로 헌법 개정이 이뤄져 국회의 국정감사권 부활, 헌법재판소 설치,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어 한국에서 민주화로의 이행이 본격적으로 전개시기이다. 한국은 정치학자 헌팅톤(Samuel P. Huntington)의 이론에 따르면, ‘두 차례에 의한 정권교체(Two Turn Over)’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87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상당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물결인 제4의 물결시대를 맞이하여 희망찬 미래의 한국정치사회를 건설해야 될 것이며,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2017체제를 맞이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정치선진화와 더불어 복지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한국정치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권력구조의 개편, 불평등 구조의 개선. 일자리 창출, 저출산·고령화 문제,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의 과중한 부담 등을 새로운 정부가 어떠한 방향에서 추진하느냐에 따라 한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참여하느냐에 여부가 달려있다. 따라서 19대 대선후보와 정당들은 이에 대한 국가비전을 제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될 것이다.
‘87정치체제와 헌법 개정
이번 대선에서 중요하게 제기되는 쟁점 중 하나는 헌법개정 문제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약 70% 정도가 개헌을 지지하고 있으며, 대선 후보자들도 각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 해 한국정치학회가 20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국회의원 217명 중 93.5%인 203명이 개헌에 대하여 찬성한 것으로 답했다. 이는 개헌 의결정족수 200명을 넘은 수치이다.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이 과거에 비하여 증가하고 있는 것은 지난 해 4월 실시된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이미 나타났으며, 또한 최근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잘 나타나 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87체제의 문제점을 지적, 국회 구조를 거대 양당체제에서 3당체제로 변화시켰고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분권에 의한 정치세력 간의 협치를 요구하고 있다.
금년은 1987년 6월 시민항쟁이 일어난 지 30주년이 된다. 6월 시민항쟁의 결과로 5년 단임 직선제 대통령제를 택한 제9차 개헌이 있었으며, 현행 헌법이 적용된 지 30년이 되었다. 그 동안 6명의 대통령을 선출하였으며, 또한 8차례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6명의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제왕과 같은 절대권력만 향유했지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하지 못하였다.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는 특히 레임덕 현상을 맞아 국정혼란이 왔다. 일부 대통령은 집권당으로부터 탈당을 강요받아 탈당했으며,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은 임기 말 또는 퇴임 후 불명예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노태우· 박근혜 전직 대통령들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었고, 김영삼·김대중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하였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퇴임 후 사저신축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현행 헌법은 지난 30년간 시행을 통하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으므로 이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것이다. 제9차 개헌은 기본적인 헌법 틀의 변경 없이 3김의 집권을 우선시하는 직선의 5년 단임제에 초점을 둔 것이기 때문에 현행 헌법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치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며, 19대 대통령은 재임 중 여하한 형태로든 개헌문제를 다뤄야 될 것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자와 정당이 발표하는 개헌에 대한 공약을 유권자들은 세심히 평가하여 투표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매니페스토와 정책선거의 과제
이번 대선은 일명 ‘장미선거’라고 칭하고 있다. 이는 19대 대선 선거일인 5월 9일이 장미꽃이 만개한 시즌이기 때문이다. 오는 4월 15-16일 이틀에 걸쳐 대선 후보자 등록이 실시되는데, 현재로서는 5파전이 될 전망이다. 즉 다수 국회의석 순으로 후보자 기호가 부여되는 바, 주요 정당의 후보는 기호 1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기호 2 : 자유한국당 홍준표, 기호 3 : 국민의당 안철수, 기호 4 : 바른정당 유승민, 기호 5 : 정의당 심상정 순이다.
이번 19대 대선 선거일이 장미대선이 됨에 따라 만 19세인 98년 5월 10일생까지 투표할 수 있다. 탄핵 없이 예정대로 12월에 대선이 실시되었다면 약 40만명의 젊은이가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19대 대선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자에 대한 짧은 검증기간이다. 후보들이 많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으나. 부실 검증이 될 가능성이 많다. 만약 검증이 부실해지면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됨은 물론, 국가 발전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대선 후보자에 대한 언론, 유권자의 엄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후보자들은 단기 선거운동을 겨냥하여 단발성의 여론 떠보기나 임기응변의 즉흥적인 선거공약을 남발,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현실성도 없으며, 구체적인 재정계획도 마련되지 못한 이른바 ‘부실 공약(公約)’ ‘헛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일부 대선 주자가 발표한, 예를 들면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삭감, 노동시간 단축, 재벌개혁, 공교육 정상화 등과 같은 무늬만 요란한 공약을 발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
현재 대선 주자들이 피상적인 차원에서 선거용으로 발표한 대선 공약은 선진국과 같이 ‘매니페스토(Manifesto)’형식으로 작성하여 국가 비전을 포함,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선 공약으로 보기 어렵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주요 정당과 후보자들은 총선 때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을 재정계획과 더불어 정책 시행 시간표까지 작성, 총선 매니페스토를 발표하고, 유권자들은 이를 평가·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투표한다. 따라서 각 정당과 후보자는 집권 시 수행할 매니페스토를 조속 발표, 책자로 공개해서 언론, 시민단체, 유권자의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생의 투표참여 중요
사회사상가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국민은 투표할 때만 자유롭다. 선거가 끝나면 국민은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선거에서 유권자는 선거 후 정치인들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선거에서 주인은 정당이나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이다. 후보자는 유권자들의 봉사자이자 권한을 위임받은 머슴일 뿐이다. 유권자가 철저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정당과 후보자들이 제시한 정책과 공약의 실현 가능성, 국가발전에 대한 비전 등을 꼼꼼히 살펴, 참된 일꾼에게 투표한다면 선거 후에도 주인대접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미래세대를 이끌 대학생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 투표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