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페인 음료시장이 뜨겁다. 커피가 좋아 하루에 여러 잔씩 물처럼 마시는 사람이 많아졌고 지난 2007년 턴온을 시작으로 2010년 핫식스, 2011년 레드불 수입 등 에너지음료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중이다. 덩달아 피로회복제 박카스의 인기도 높다고 한다. 에너지 음료가 잠을 쫓는데 효과가 있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중·고교 시험기간에는 매출이 10배 이상 급상승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죽음을 부르는 고카페인음료’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이는 피로를 회복시키는 게 아니라 일시적 각성효과로 사람을 쉬지 않고 일하게 해 체력을 쥐어짜고 무리하게 만들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 또한 있다.
프랑스에서는 한 운동선수가 에너지음료인 ‘레드불’을 과다 섭취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미국에서도 14세 학생이 ‘몬스터에너지’ 2캔을 마신 뒤 심장 부정맥으로 사망하는 등 에너지 음료 관련 사고가 외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다 우리도 몇 사람 죽어 나가는 게 아닌가? 나라 전체가 ‘카페인 중독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며, 하루에 에너지 음료나 커피를 몇 잔까지 마시면 괜찮은지 자주 묻곤 한다.
카페인(caffeine, C8H10O2N4)은 1820년 스위스 생리학자 런지(Lunge)가 커피콩에서 처음 발견했는데, 백색의 결정성 분말 식물성 알칼로이드로써 무색, 무취에 약간의 쓴맛을 지닌다. 이후 1827년 영국의 쿠드리(Coduri)가 녹차 잎에서 발견해 테인(theine)이라 명명했다. 이는 흥분제 성분으로 코카인, 암메타민 등과 같이 분류된다. 쥐를 대상으로 한 반수치사량인 LD50는 192 mg/kg(rat, oral)으로 농약인 DDT(150 mg/kg)보다 독성이 약간 약한 정도다.
사실 카페인은 75% 이상 커피를 통해 섭취되지만 콜라, 초콜릿 등에도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감기약, 진통제, 식욕억제제 등 의약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실제 섭취량이 적은 편이고, 식품에 따로 첨가해 먹는 물질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으로 허용된 식품첨가물이다. 물론 美 식약청(FDA)에서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분류하고 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카페인도 선(善)과 악(惡),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과잉 섭취하면 불안, 메스꺼움, 구토 등이, 중독 시에는 신경과민, 근육경련, 불면증 및 가슴 두근거림, 칼슘 불균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1g 섭취 시 약간의 불안, 감정 변화, 불면효과가 나타나며, 1.5g에서는 위장 장애와 부정맥, 2∼5g에서는 불안, 전율, 마음의 동요, 10g에서는 척수 자극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카페인은 100∼200mg 정도 섭취 시에는 각성효과, 피로 감소, 수면 지연, 빠른 두뇌 회전 등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이뇨작용을 통한 체내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주는 좋은 면이 있다. 그 외 장관에서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연동운동을 도와주며 호흡기관의 근육피로를 완화시켜 호흡을 편하게 해 주기도 한다. 예전 서양에서는 진한 커피를 천식치료제로 사용한 적도 있었을 정도로 장점도 많다.
세계인이 매일 섭취하는 카페인 양은 평균적으로 70㎎,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미국인은 211∼238㎎이라고 한다. 카페인의 인체 위해성이 없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은 ‘성인 1인당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는 체중 kg당 2.5㎎ 이하’로 정해져 있다.
원두커피 한 잔에는 115∼175㎎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고, 캔커피(74㎎), 커피믹스(69㎎), 콜라(23㎎), 녹차(15㎎, 티백 1개 기준) 등에도 적지 않은 카페인이 들어 있다. 에너지 음료에도 당연히 다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는데, 박카스 1병(100ml)에는 30㎎, 핫식스와 레드불에도 각각 한 캔당 80㎎, 62.5㎎의 카페인이 첨가돼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기준으로 하루 서너 잔까지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카페인은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크게 문제 시 되지는 않으나 어린이와 임산부는 주의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은 카페인 하루 권고량이 125㎎이라 커피음료 1개와 에너지음료 1개만 마셔도 초과한다. 그러나 기업 등 공급자가 카페인 함량을 제한하도록 하는 규제와 병행해 소비자 스스로가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U, 호주, 대만 등 선진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2014년 2월부터 ‘고카페인 함유 식품’은 표시를 하고 있고 카페인 함유량이 적혀 있으니 얼마든지 주의만 기울인다면 섭취량 조절이 가능하다.
커피, 에너지음료 등 고카페인 음료는 주식(主食)이 아닌 기호식품(嗜好食品)이다. 말 그대로 당길 때 편하게 먹으면 된다. 지나치게 탐닉하지만 않는다면 독(毒)과 약(藥)을 넘나들며 건강하게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