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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7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 닭꼬치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7-06-07 08:54:20

● 제37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닭꼬치


강응민 (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4)


우리는 노점상을 마주보고 나란히 서서
닭꼬치를 먹는다 한 방울의 매콤한 소스까지
남김없이 해치운다 그러다 문득 너는 묻는다
닭꼬치에 꽂힌 이 육즙 어린 살점은 닭의 것일까
그러자 머릿속에는 닭도 아닌 비둘기도 아닌 어떤
새가 그려지고 그것을 우선은 닭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말 그대로 피와 살과 뼈도
없이 아침마다 홰를 치고 모이를 쪼는 그런
가상의 닭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서로의
입술에 묻은 소스 같은 것을
닦아주었으니 가상의 닭을 엮은
이 닭꼬치는 가상의 닭꼬치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가상의 것을 좇는 식욕에 이끌려 왔을
따름이고 때때로 식욕은 사랑과 공생하며
허기를 태(胎)삼았으니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가상을 뒤따라온 우리의 사랑 또한
가상의 사랑일 수 있겠다
그리하여 가상의 사랑을 하는
우리 또한 가상의 우리일 뿐이고
그제야 알고 말았다

너는 나의 
나는 너의
가상이라는 것을
이렇듯 우리를 둘러싸고
계절감을 잃은 계절풍이 불어오자
소스도 핏물도 아닌 것이
뚝뚝 떨어지며
이내 흥건하기 시작하였다

● 제37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 수상소감

“시는, 애인의 잔상에 드리우는 전주곡”

앓다가 알았습니다.
시는, 애인의 잔상에 드리우는 전주곡(前奏曲)임을. 
곡을 써내려가는 동안, 황달로 끓는 하늘 아래서 다시는 만날 리 없는 무수한 애인의 이름을 외워도 보았습니다. 그러자 갈수록 미움도 달콤해졌지요. 당도(糖度)는 아픔의 거울이었으니까요. 애인의 애(愛)만 떼어서 간직하고 싶었던 기억을 추문하면서 복기(復棋)하듯, 애인의 주소를 솎아 내고 답장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또 다시 우표를 붙여 봅니다.
외상값이나 다름없는 삶이지만 좀 더 빚을 지겠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애인의 잔상으로 연명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애인과 춤을 추고 싶을 뿐이므로, 어설픈 박자로나마 서로의 발목을 엮어 낼 수 있다면, 마침내 숨의 연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겠습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제대로 감사를 표할 수 없다면 차라리 감사를 드리지 않겠다는 오만한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만 뒤늦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어 봅니다.
경희대학교 박주택 선생님, 서하진 선생님, 이성천 선생님, 배한봉 선생님과 그 외에도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두 손으로 채 꼽을 수 없는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들녘.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어 졸작을 훑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관계자 분들. 마지막으로, 장황하기 그지없는 수상소감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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