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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 명문 고시원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4-05-20 19:43:21

 


 


●제34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명문 고시원
김선욱(고려대학교·미디어문예창작학·4학년)


 


이삿짐은 내일에나 도착 할 것이다
불 끈 방. 하루 중 가장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침대를 찾아 그 위로 가만히 스며드는
초조한 나만의 첫 밤
 
누운 나무와
누워있는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접촉이 미지근한 밤
이불이 없을 때 몸을 어떻게 뒤척여야 할지
베개가 없을 땐 고개를 어느 쪽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 몇 번이고 그러다가
다가오는 같은 배경들 아래서
나는 열린 걸까 닫힌 걸까
자꾸 헷갈리기만 한데
 
물고기가 되었다 꿈이다
꿈인 걸 알아도 깨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내 밑엔 언제부터
침대 대신 도마가 들어와 있던 걸까
무겁고 서늘한 날이, 날
누르기 시작한다
목 아래에서 시작되는 외침들이 모두 아가미로 새어 버린다
어떤 연주도 없는 고요에서 나는 마음에 맞춰 립싱크를 하거나
차단의 순간이 무서워 발악조차 하지 않는 어떤 활어처럼
펄떡이지도 못하고 날의 뒤편에서 죽은 척 할 뿐이다
 
옆방보다 더 먼, 어떤 방 알람이
너무도 쉽게 들어온다
부치지도 않았던 짐들만 미리
한꺼번에 몰려와 있는 새벽
누워있어도 등이 몹시 무겁다


 


●제34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2) - 수상소감


졸업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시간은 토끼처럼 달려갔다. 하고 싶은 일은 시를 사랑하고 쓰는 일이지만, 정작 해야 하는 일, 하고 있는 일은 온통 취업에 집중되어 있던 터라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늘 가지고 있었다. 목까지 끌어올린 이불이 서늘한 칼 같다는 생각에 선잠도 이루지 못했고 그런 날엔 행여 잠들더라도, 알람이 울리기 꼭 1분 전에 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어떤 불안이 나를 먼저 깨우곤 했다.
그런데, 이럴 때마다 나를 위로해 준 것은 결국 ‘시’였다. 잠이 오지 않을 땐 흰 모니터 안에 스스로를 재우는 자장가를 썼고, 아침에는 기분 내키는대로 시집을 골라 읽으며 덜 깬 잠을 씻어내곤 했다. 이렇게 새벽의 앞 뒤로 내 곁에 항상 있어준 ‘시’에게 가장 큰 공을 돌리고 싶다.
의미있는 결과로 불안한 내 청춘에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 큰 감사를 올린다. 밤새 시를 쓰고 합평하던 ‘강짓’으로 엮인 식구들, 시를 너무도 사랑하는 ‘시로고침’ 멤버들 그리고 학과 내 모든 교수님들과 내 시를 보듬어 준 학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올리며, 가족들에겐 사랑까지 덧붙여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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