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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산티아고 가는 길


요즘은 걷는 길이 유행인가보다. 제주도의 올레길에서 지리산의 둘레길, 강화도의 나들길 등등 새로 생겨나는 이름들이 적지 않다. 바로 얼마 전까지 마라톤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열풍이 일어나더니만 이제는 차분히 걷는 것에 열중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걷는 길에 대한 매력을 일깨운 것은 ‘연금술사’로 유명한 파울로 코엘류의 ‘순례자’(1987)에서 언급된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불기 시작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코엘류는 바로 이 산티아고로의 순례의 길을 걷고 난 후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인 피레네 산맥에서부터 스페인 쪽 고도 부르고스, 레온 등을 거쳐 서쪽 땅 끝을 바로 옆에 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약 800㎞의 도보 길을 말하는데 1993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산티아고는 성인 야고보를 부르는 스페인 이름으로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복음을 전파하러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로 갔으나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채 후에 다른 지역에서 포교활동을 하다가 기원후 44년 최초의 순교자가 된다. 이후 전설은 시작되는데 그의 신봉자들은 그의 유해를 훔쳐 배에 싣고 항해 끝에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지금의 파드론 마을 근처에 상륙하여 유해를 바위 위에 안치했다는 것이다.

그 후 810년경에 한 수도자가 꿈속에서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장소를 계시받고 들판 위의 신비로운 별의 인도에 따라 무덤을 발견하였으며, 스페인 알폰소 2세 왕은 즉시 여기에 성당을 건설하도록 했다. 이곳의 명성은 기독교 세계 전역에 멀리 퍼져나가 11세기에서 14세기 사이에 황금시대를 맞게 되었다. 특히 13세기 중반에 예루살렘의 성지가 터키인들에게 점령당하는 바람에 산티아고 순례 길은 더욱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게 되었다. 그러나 16세기 들어서부터 이 길은 서서히 잊혀졌다가 20세기가 되어서야 오랜 잠에서 다시 깨어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이 산티아고 가는 길은 종교적, 역사적 사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취미삼아 걷는 즐거운 여행길도 아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문화적 유산이요 정신적인 실험 관문이 되었다. 믿음을 찾거나, 건강을 위한 특별 코스도 아닌, 자기 자신과의 대면 훨씬 이상의 것이라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수십 일간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신체적 능력에다가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학 때면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도 유럽 등지로 배낭여행을 떠나고 있다. 다양한 국가와 도시들을 돌며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겠지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욕심을 부리다 보면 주마간산으로 사진만 찍고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제 그런 여행은 끝낼 때도 되었다. 우리에게는 보다 깊이 있고 성찰할 수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 긴 여정동안 계속 옆 사람에게 의지해서 걸을 수도 없으며, 혹시나 필요할까 이것저것 다 챙겨가지고 걷는 것도 무리이니 당연히 최소한의 짐으로 걸어야 한다. 여기서 바로 우리 삶의 우매함을 발견한다.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욕심내며 살았는지를. 어쩌면 인생의 성공은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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