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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작가를 대체물로 만든 드라마 <대물>

- 드라마 <대물>, 大物인가 代物인가?


SBS 드라마 <대물>은 현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1, 2회 방영 때의 감동은 고사하고, 벌써부터 개연성이 없어졌다는 비판이 들린다.

이 드라마는 초기부터 내부진통이 심했다. 방영 4회만에 황은경 작가에서 유동윤 작가로 교체되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6회까지 드라마를 연출했던 오종록PD가 ‘대본작업’에 치중하려 현장을 떠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현재는 나중에 투입된 김철규 PD-유동윤 작가 체제로 가고 있지만, 이마저 26부까지 안착할 수 있는 체제인지 의구심이 든다. 유동윤 작가는 사실 온전한 <대물> 집필자로 보기도 어렵다. 초반 설정은 황은경 작가가 길을 닦아놓았고, 현재 대본은 공식적으로는 오종록 PD와의 공동작업이다. 시청자는 묻고 싶다. 드라마 <대물>의 진짜 조타수는 누구인가? 이 드라마에 ‘작가’는 있는가? 전체 틀을 짜고 스토리라인을 회당 분량으로 나눠 풀어낼 사람은 누구인가?

전체 배우들이 촬영을 거부할 정도의 파행적 진행은, 당장은 몰라도 작품에 큰 후유증을 남길 게 분명하다. 만일 이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 성공한다면, 드라마 업계에 좋지 않을 선례를 남길 것이다. ‘작가’ 없이도 드라마가 성공한다면 드라마 작가라는 역할이 과연 설 자리가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특히 이번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일 경우, ‘아무나’ 투입돼도 드라마타이즈가 가능하다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 <대물>은 연기 잘 하고 지명도 높은 스타만 캐스팅하면 된다는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야말로 대체물들의 힘으로 유지되는 중이다. 작가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소모품 혹은 대용물(代用物)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로 인해 파행을 어찌어찌 덮고 있다는 사실도 씁쓸하다. 역으로 제작과정이 원활했다면 저 연기력이 더 빛났을 거라는 안타까움도 있다.

요즘 ‘미친 존재감’으로 화제가 된 배우들의 경우도, 어쩌면 이런 파행적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낳은 우연의 산물일 수 있다. 작가가 교체대상 1순위인 환경에서, 일관되고 안정적인 작품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작가나 연출자도 외부요인에 따라 파리 목숨이 되는 상황에서, 조연배우는 사력을 다해 ‘미친 존재감’으로나마 캐릭터를 구한다. 그러나 내내 등장해야 하는 주연배우는 초지일관하게 에너지를 분배하고 캐릭터를 구축할 수 없는 상황들이 넘쳐난다.

“정치가 썩었다고 외면하지 말고 국민이 회초리를 때려 달라”는 극중 서혜림 의원(고현정 분)의 호소에 진정성이 실리려면, <대물>은 ‘서혜림 빼고 다 썩었다’는 식의 손쉬운 영웅주의나 냉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제때 방영도 버거울 저 시간과의 싸움에서 과연 이런 바람이 통할 수 있을지 그 또한 시청자의 과욕일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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