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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900점?! NO! NO! 대세는 "영어회화 능력"

지난 5월, 우리나라 영어 사교육 시장의 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한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6년 총 예산이 약 32조원임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열풍이 얼마나 강렬한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 각종 영어능력검정시험들이 치러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TOEIC은 기업이나 대학 등에서 인재의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영어능력시험 성적 반영이 TOEIC에만 편중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야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그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Everybody say "Only TOEIC score"


한국 TOEIC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005년 TOEIC 정기시험 응시인원은 총 1백8십5만6천명으로 이는 전 세계 TOEIC 시험 응시 인원인 4백50만 명의 3분의 1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이다. 여기에 기업이나 대학단위로 실시하는 비정기 기관시험과 모의시험 응시 인원까지 합한다면 측정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TOEIC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국내 여러 대학에서는 이미 TOEIC을 필수 강좌로 개설하고 있으며 일정수준 이상의 점수를 갖추어야만 졸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직장 내 승진 시험에서도 TOEIC 성적을 반영하는 등 그야말로 누구나 높은 TOEIC 점수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이에 따라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한 학원이나 교재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점수획득에만 초점을 맞춘 학습방법들은 오히려 영어능력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우리대학의 원어민 강사 David Jeremy Lyons(영어영문학 · 초빙전임강사)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TOEIC은 지문이 단편적이며 문제 자체가 특정 문법이나 단어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영어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단어나 문법처럼 단편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있어 전체적인 어휘 습득이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회화능력 향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단순암기식 공부 방법과 시험패턴만 연구한다는 점이다. 상황에 맞게 어휘를 습득하여 체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TOEIC은 최고의 상품?!


과잉편중으로 인한 악영향은 비단 교육과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TOEIC, TOEFL은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라는 미국의 사설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 13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에서 TOEIC, TOEFL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총 5백6십4만여 명이며 약 2천2백3십6억원의 응시료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로열티 문제 외에도 우리나라의 교육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영어와 TOEIC 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에서 TOEIC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주)YBM시사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이 4천여억원에 달하며 그 중 20%가 시험 수수료였다. 또한 우리나라 출판사업 매출의 상당 부분이 TOEIC교재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시장에서 TOEIC은 그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거기에 사교육시장의 비대화와 조기유학 증가로 인한 외자 유출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우리 경제에 큰 혼란을 부를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TOEIC 900점? 토익과 영어실력은 비례할까?


많은 이들이 TOEIC에 매달리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국내 채용시장에서는 TOEIC 성적이 오히려 그 신뢰성을 잃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TOEIC의 평가과정에 말하기와 쓰기가 빠져 있어 실제 영어실력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채용포털 사이트 ‘커리어’가 얼마 전 발표한 27개 공기업과 대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GS 리테일, SK, 기업은행, 팬텍 앤 큐리텔 등 12개 기업이 채용 시 어학성적 제한을 없앴고, 두산,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지원가능점수를 하향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TOEIC 성적은 단순히 서류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기준에 해당할 뿐 점수가 높다고 해서 특별히 우대를 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삼성, SK, 현대, 기아 등 대기업들이 채용에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영어회화 능력”이다. TOEIC, TOEFL 등 문법위주의 시험은 그 점수가 높다 해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데 비해 영어 회화는 실제로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단순암기나 문제 풀이 요령으로 올린 성적이 아니라 진짜 영어능력 경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있는가?


이렇듯 영어 교육 자체가 TOEIC 시험에 편중되어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기존시험의 보완과 국가단위에서 주관하는 새로운 대체시험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기존시험의 보완의 대표적인 예로 오는 12월 9일부터 실시되는 NEW TOEIC이 있다. NEW TOEIC은 기존 TOEIC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듣기와 읽기 위주의 시험과 별개로 말하기와 쓰기 시험을 도입하는 제도이다.

또 다른 대안은 TOEIC 대체시험개발이다. 국가에서 시험을 주관하여 공신력을 확보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시험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영어능력 평가시험의 예로는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경우 STEP이라는 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1백50만 명 이상이 응시할 정도로 대표적인 시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중국은 CET를 도입하고 있다. CET는 중국 내에서 많은 대학의 필수 졸업요건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TOEFL을 대신해 해외유학에도 활용되고 있어 연간 2백만 명 이상이 응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는 서울대 어학연구소가 개발한 TEPS와 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 주관하는 TOSEL 등이 있으며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 업계와 학계의 인정을 받고는 있지만 아직 그 시행규모가 다른 시험에 비해 적은 편이다.

대체시험 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우리대학 이필환(영어영문학·부교수)교수는 “영어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시험을 개발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지만 우리나라의 영문학 수준이나 영어교육평가 능력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또한 영어능력평가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평가기준에 대한 신뢰성이며 대체시험을 개발할 경우 말하기와 쓰기 영역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 발전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바야흐로 대세는 바뀌고 있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TOEIC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미 기업들은 그보다 앞선 ‘영어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눈앞의 시험에만 ‘올인’ 할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진정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파악하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