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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은 온통 꽃밭, 나 정말 미치겠네’ 두보

강변에 꽃이 덮여 걱정이 태산이니
꽃 소식 전할 데 없어 나 정말 미치겠네.
내달려가 남쪽 이웃 술꾼 친구 찾아가니
술 마시러 나간 지가 열흘이 지났다네.
江上被花惱不徹(강상피화뇌불철)
無處告訴只顚狂(무처고소지전광)
走覓南隣愛酒伴(주멱남린애주반)
經旬出飮獨空床(경순출음독공상)
* 원제 : [강가를 홀로 걸으며 꽃을 찾다:
江畔獨步尋花(강반독보심화)]


“내 성격 좋은 시구 찾는데 미쳐/ 사람을 놀라게 할 시어를 못 찾으면, 죽어서도 찾는 걸 그만 두지 못하겠네(爲人性癖耽佳句위인성벽탐가구/ 語不驚人死不休어불경인사불휴).” 이백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712-770)의 시구다. 그는 이처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시적 표현을 찾기 위하여 목숨 걸고 처절하게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두보 시의 언어 속에는 귀신이 펄쩍펄쩍 살아 뛸 때가 더러 있는데, 이 시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경칩이 되면 봄이 왔나 하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세상 밖을 향하여 대가리를 내민다. 시인도 역시 기나긴 겨울잠을 자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기지개를 켜고 부스스 일어났던가 보다. 별 생각 없이 사립문을 밀고 강가로 나가 보았더니, 세상에, 정말 놀랍기도 해라, 천만 뜻밖에도 봄기운이 밀물처럼 밀려 와서 한바탕 큰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강변에는 이미 봄기운을 맞고 맨발로 뛰어나온 온갖 꽃들이 온통 야단법석 트위스트다.
이 난데없는 상황 속에서, 어이없는 걱정이 훅 밀어닥친다. 꽃들이 벌이는 이 엄청난 잔치를 알릴 데가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놀라운 소식을 알리고 축제를 함께 할 파트너가 없어서 정말 미칠 것만 같은 것이다.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이 꽃소식을 꼭 알려야 하겠는데, 아무데도 알릴 데가 없어 미치고 환장하고 폴짝 뛸 일이니, 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바로 그 때다. 천만 다행으로 불현듯이 떠오르는 술 좋아하는 친구의 얼굴! 급기야 시인은 그 친구를 향하여 냅다, 아 냅다 달려간다. 친구야, 꽃 핏다아~, 강변에 꽃 핏다아~, 꽃 핏다아, 꽃 핏다아아~, 하고 외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그야말로 미친 듯이 달려갔더니, 아 글쎄 그 친구 술 마시러 나가고 없지 뭐니. 이거야 나 원, 허허 그것 참, 미치고 환장하고 폴짝 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