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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냉장고를 부탁해’, 나도 모르는 나의 허기

- 충족의 가능성은 결핍으로부터

다 궁금하다. 호기심은 곧 기대감이 된다. 어설픈 재료와 더 어설픈 주문이, 유명 요리사들의 손끝에서 ‘작품’으로 탈바꿈하고 마침내 게스트와 시청자의 허기는 기분 좋게 충족된다. 월요일 밤의 요리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얘기다.

어떤 한 사람의 냉장고가 방송국 스튜디오에 배달된다. 모든 것은 그 냉장고가 결정한다. 거기 들어있는 것만으로 해결해야 한다. 잘생기고 입담이나 리액션, 허세까지도 매력적인 남성 요리사들이 오직 한 사람의 게스트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요리한다. ‘셰프’들이 제아무리 솜씨 좋은 요리사라도 뾰족한 수는 없다. 재료는 턱없이 모자라고, 요리할 시간은 부족하다. 15분은 살인적인 노동을 요구한다. 가장 큰 제약은 바로 냉장고 속인데 매회 무 대책에 예측불허다.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은밀한 곳은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와 냉장고 속이라는 말도 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겠다. 누구나 열어 볼 수 있는 곳에 있지만, 허락 없이 열 수는 없다. 둘 다 ‘주인’ 혹은 사용자의 가장 개인적인 욕망이 들어 있는 일종의 보관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냉장고를 이 프로그램에서는 낱낱이 뒤진다.

5월 11일 방송된 26회에서는 “냉장고 재료를 옮길 때 전원은 어떤 상태냐”는 시청자 질문이 소개됐다. 진행자 김성주의 설명은, 출발 상태 그대로 사진을 찍어 아이스박스에 보관했다가 스튜디오에 도착해 사진대로 정리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냉장고가 주인공인 프로그램답다.

활짝 열린 냉장고는, 여러 요리사들의 진단을 거치며 장점과 ‘가능성’을 탐색당한다. 숙련된 요리사들을 떼로 앉혀 놓고 게스트는 대단히 행복한 고민을 한다. 자신의 가장 개인적인 요구 사항에 맞춘 요리를 제시하고 15분을 기다리면, 신기하게도 자신만을 위한 요리가 나온다. 요리 과정에서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요리사들의 빛나는 재주와 게스트의 감탄사들조차 맛깔스럽다. 시식 뒤 어떤 요리가 더 좋았느냐는 선택조차 오로지 ‘냉장고 주인’의 취향일 뿐이다. 취향이기에, 엉뚱한 승부가 발생하곤 한다. 누가 더 게스트를 만족시켰느냐가 점수의 기준이다. 누가 더 실력 있느냐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이런 형식을 매번 잘 차려진 특별식처럼 음미하는 중이다. 먹는다는 행위는 이제 한없이 복잡해졌다. 다만 우리는 이제 음식을 입으로만 먹지는 않는다. 직접 먹지 않아도 먹은 듯이 대리충족마저 느낀다. 어쩌면 이런 프로그램의 인기는 시청자의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제대로 건드린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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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