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조금동두천 -4.0℃
  • 흐림강릉 0.4℃
  • 맑음서울 -1.3℃
  • 구름많음대전 0.3℃
  • 흐림대구 1.8℃
  • 구름많음울산 3.4℃
  • 흐림광주 0.6℃
  • 구름많음부산 5.8℃
  • 흐림고창 -0.1℃
  • 흐림제주 5.3℃
  • 구름조금강화 -2.5℃
  • 구름많음보은 -0.7℃
  • 맑음금산 -0.2℃
  • 구름많음강진군 1.6℃
  • 흐림경주시 2.1℃
  • 흐림거제 3.6℃
기상청 제공

다시 한 층 더 누각을 오른다네 - 왕지환

지는 해 서산 너머 꿀꺼덕, 넘어가고
황하는 바다 향해 꿈틀꿈틀 흘러가네.
천리의 그 끝까지 모조리 다 보고 싶어
다시금 한 층 더 누각 높이 오른다네.
白日依山盡(백일의산진)
黃河入海流(황하입해류)
欲窮千里目(욕궁천리목)
更上一層樓(갱상일층루)

*원제: [登鸛雀樓(등관작루)] *관작루: 산서성(山西省) 황하 가에 있었던 3층 누각. 이 누각에 관작, 즉 황새가 서식했으므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임. *왕지환(王之渙: 688-742):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白日: 흰 해. 대낮. 지는 해.



예로부터 중국의 정치가들은 자기나라 고전들을 직접 인용하여 자신의 뜻을 전달하곤 한다. 현재 중국의 주석인 시진핑도 국가 간의 외교활동에서 걸핏하면 고전을 들고 나온다. 그 바람에 다음과 같은 중국의 명구(名句)들이 국제적인 유명세를 탔다. ‘석 자나 되는 얼음은 하루만의 추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氷凍三尺 非一日之寒)’.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前事不忘 後事之師)’. ‘이익을 따지려면 온 천하의 이익을 따지라(計利當計天下利)’.

시진핑은 명구뿐만 아니라 중국의 명시들도 심심찮게 들고 나온다. 위에서 인용한 것은 2013년 중국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진핑이 선물했던 서예작품 속에 들어 있는 한시다. 이 시를 지은 왕지환(王之渙: 688-742)은 당나라 때의 나름대로 이름 있는 시인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그의 작품은 고작 6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9회 말 투아웃 후에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해낸 난데없는 만루 홈런처럼, 아주 짧지만 천 근 만근의 무게가 실린 이 엄청난 만루 홈런 하나로 문학사에 당당하게 살아 있다.

보다시피 이 시의 첫째 구에서 시인은 서산으로 넘어가는 저녁 해의 장엄한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둘째 구에서는 바다를 향하여 꿈틀꿈틀 달려가는 황하의 웅장한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겨우 10자밖에 안 되는 짧은 구절에다 해와 산, 황하와 바다 등을 모두 포괄하는 장엄하고도 광활한 풍경을 우주적 스케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굵게 뛰는 벅찬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인은 거기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다시 한층 더 누각을 오른다. 시선이 닿는 범위 내에서 우주의 끝, 끝의 그 너머 세계까지도 죄다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더욱더 높고 더욱더 넓은 세계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상을 장중하고도 강렬하게 드러낸, <갈매기의 꿈>의 당나라 버전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우리도 만루 홈런 하나씩 치자. 이왕이면 극적 만루 홈런을!

관련기사





[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