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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 115 (계명교양총서 115선) - 오디세이아 : 트로이 전쟁, 그 후 10년의 이야기

영어사전에서 ‘오디세이(Odessey)’를 찾으면 호메로스의 작품 ‘오디세이아’라는 설명과 함께 ‘긴 여행’이라는 또 다른 정의를 찾을 수 있다. ‘긴 여행’이라는 정의처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원정대를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의 10년에 걸친 귀향 과정을 그린 서사시이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또 다른 호메로스의 작품인 ‘일리아스’와 함께 문자로 존재하는 최초의 서구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호메로스의 첫 작품 ‘일리아스’는 트로이가 함락되기 전 51일 동안 아킬레우스가 겪은 일에 대한 서사시이다. 그리스 연합군 최고 용사인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를 대신하여 전쟁에 나갔다가 전사한다. 이 일에 크게 충격을 받은 아킬레우스는 연합군에 복귀하여 트로이 최고 용사이자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헥토르에게 복수를 한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의 막바지에 목마를 만들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용사 오디세우스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일리아스’에 비해 오디세우스가 겪는 다양한 모험으로 인해 내용이 더 흥미진진하고 복잡하다.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이름이 ‘아무도 아니다(nothing)’라고 거짓말을 한다.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의 외눈을 찌르고 도망간 후 폴리페모스는 누구 짓이냐는 다른 동료들의 질문에 “아무도 아니다”라는 대답밖엔 할 수 없었다. 목마를 만드는 꾀로 트로이를 멸망시킨 오디세우스가 평소에도 얼마나 꾀쟁이인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결혼을 강요하는 구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낮에는 수의를 짜다가 밤에는 다시 푸는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키르케, 칼립소와 오디세우스의 다채로운 연애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멘토르, 로투스, 암브로시아, 세이렌처럼 ‘오디세이아’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용어들이 나오기도 한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는 선배, 지도자, 스승을 지칭하는 용어인 ‘멘토’가 ‘오디세이아’에서 유래한 용어인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고 어머니는 구혼자들에게 시달리고 있을 때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쿠스를 돕기 위해 나타난다. 이때 여신 아테나는 텔레마쿠스에게 좀 더 친근한 모습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와 친했던 타포스의 왕 멘토르의 모습으로 나타나 조언을 하는데 거기에서 ‘멘토’라는 용어가 생긴 것이다. 이 외에도 경보장치인 사이렌은 몸의 반은 사람이고 나머지 반은 새의 모습을 가진 요정 ‘세이렌’에서 나온 용어이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배가 바위에 부딪혀 박살이 나게 만드는데, 키르케에게서 세이렌에 대한 주의사항을 미리 들었던 오디세우스 일행은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귀를 막는 바람에 무사히 지나갈 수가 있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서양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지대하다. 문자로 쓰인 최초의 서양문학이라는 문학사적 의의가 아니더라도 이 두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쳐 유럽의 여러 중요 문학가들에게 문학적인 영감을 주었다. 단테는 호메로스를 ‘이야기의 기초를 세운 아버지’라고 하며 ‘신곡’에서 호메로스를 직접 만나는 장면을 넣기도 했다. 특히 아일랜드 출신의 20세기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오디세우스의 로마식 이름인 ‘율리시스’라는 소설을 쓴 것으로 유명한데, 그는 이 소설에서 ‘오디세이아’의 무대를 20세기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으로 옮겼다. 조이스는 ‘오디세이아’의 10년을 6월 16일 아침 8시에서 다음날 새벽 1시라는 약 하루의 시간으로 압축을 시켰는데 정작 작품의 분량은 10년간의 모험 이야기인 ‘오디세이아’보다 훨씬 크다. 작중 무대가 된 더블린은 지금도 작품 속의 시간인 6월 16일을 ‘블룸스 데이’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어서, 이날이 되면 블룸이 소설 속에서 돌아다녔던 동선을 따라 돌아다니는 관광객으로 더블린이 북적인다.

슐리만의 트로이 유적지 발굴에 관한 이야기도 호메로스의 서사시만큼이나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이다. 트로이 전쟁은 19세기 독일의 사업가 하인리히 슐리만이 미케네 문명과 트로이 전쟁의 유적지 발굴을 성공할 때까지 전설상으로 전해지는 가상의 이야기이거나 호메로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라고만 생각되었다. 슐리만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고 트로이가 실존하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훗날 트로이의 유적지를 찾아낸 것이다. 이렇듯 호메로스의 작품은 거의 3000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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