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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갑질 고객’ 왕좌에서 물러나야할 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비즈니스의 정석과도 같은 표현으로 여겨져 왔다. 사실, 이 말의 유래는 스위스의 호텔사업가인 세자르 리츠(Cesar Ritz)가 했던 말로(영어식 표현으로는 ‘고객은 언제나 옳다(customer is always right)’임), 그 이후 ‘고객제일주의’를 지향하는 기업인 노드스트롬 백화점이나 월마트에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졌으며 현재는 고객만족경영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흔히 쓰는 용어가 되었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의 소위 갑질논란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는데, 백화점 갑질모녀사건,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 라면상무사건을 포함한 몇 차례의 기내난동사건 등이 이러한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들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 손님은 왕이나 갑으로 고객은 신하나 을로 대우하는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고객만족경영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필자 역시 이러한 지적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지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대책을 내 놓을 수 있는 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장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고객은 기업이 만들어내는 재화나 용역에 대한 대표적인 소비주체이다. 그래서 고객이 누려야할 권리를 통제하는 일은 자칫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며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고객을 응대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야 블랙컨슈머, 소위 말하는 갑질고객의 횡포를 줄일 수 있을까? 필자는 우선, 기업가들이 기업경영에 있어 고객만족경영만큼이나 내부고객만족경영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기는 기업이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시기이며, 따라서 과거에는 기업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달성하기 위해 외부고객 만족경영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내부고객을 우선순위에 두고 이들의 자율권을 높여서 궁극적으로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생각의 점유율(mind share)’를 높여야 할 시기이다.

스타벅스, 디즈니랜드, 메리어트 호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자포스는 모두 서비스 직종의 기업이라는 점 이외에도 직원만족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는 종업원을 직원이 아닌 파트너라고 부르고 파트너들의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는 것 이외에도 이들의 업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복리후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직원을 안내자 또는 호스트(주인)라고 지칭하고 고객응대 시 클레임을 유발한 직원이 발생하면 퇴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대신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다른 부서에 배치하고 있다. 과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사장은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의 항의 메일에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고 더 이상 우리직원을 괴롭히지 말라’라고 답장을 보낸 일화가 있을 정도로 내부직원을 우선하는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두 번째로, 블랙컨슈머나 갑질고객 응대방식에 대해 기업차원의 매뉴얼화 된 관리가 필요하다. 갑질고객의 횡포는 주로 감정노동이 많이 일어나는 산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정노동이란 자신의 직무 때문에 말투나 표정, 몸짓 등의 감정표현을 억누르고 통제해야 하는 일이 필요한 노동을 지칭하는데 고객접촉빈도가 높은 텔레마케터, 호텔업 종사자, 판매원, 승무원과 같은 서비스업이 감정노동이 높은 직무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원의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갑질고객에 대한 응대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고, 담당자 선에서 쉬쉬하면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내난동이 발생하면 승무원이 전기충격기 총기인 테이져건을 사용해서 진압할 수 있도록 내규화하고 있으며, 난동자에게는 최대 20년의 징역과 우리돈 3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갑질고객의 횡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인식개선활동과 블랙컨슈머 대응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객권리는 선량한 고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였을 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며, 선량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친 권리를 요구하거나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것은 법으로 엄격하게 다스린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과거 2005년 미국에서 한 부부가 자신들이 구매한 햄버거에서 손가락이 나왔다는 이유로 해당 업체를 고소한 적이 있었다. 연방정부 확인결과 이 부부의 자작극으로 밝혀졌고 이 블랙컨슈머 부부에게는 각각 징역9년을 선고하였다.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소비자 안전법을 제정하였고, 호주정부 역시 국가차원에서 실용가이드를 만드는 등 갑질사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얼마 전 정부에서 서비스 현장에서의 갑질횡포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 및 업무매뉴얼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감정노동인구는 700만 명이고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30~40%에 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갑질고객의 횡포는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더욱더 심하게 하고 갑을경제를 조장함으로써 계층 간의 갈등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어느 기업의 고객이기도 하지만 또 어느 기업의 직원이기도 하다는 사실, 그래서 갑질의 횡포는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