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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기업’ 네이버는 왜 ‘다국적 기업’ 구글과의 전면전에 나섰나?

다국적 기업의 편법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 필요

11월 초 우리나라는 네이버와 구글 간 설전으로 떠들썩했다. 이해진 네이버 등기이사가 지난 10월 3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의 국내 세금 및 망 사용료, 고용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다. 이에 구글은 지난 11월 2일 공식입장을 통해 ‘한국 세법을 준수하고 있고, 수백 명의 한국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구글 검색 결과 조작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네이버는 11월 9일 공식입장을 통해 구글에 국내 매출과 납세액 등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며 재차 압박했으나, 구글에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 영업비밀이다’라는 이유로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 네이버 VS 구글, 단순히 두 업체만의 문제 아냐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국내 IT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단순히 네이버와 구글, 두 업체 간 분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국내 IT 기업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과 비교해 역차별이 존재한다’는 네이버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1백20여개 국내 스타트업 연맹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벤처업계 종사자 1백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해외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받는 역차별 규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77.6%나 됐다. 11월 중순 네이버와 구글간 접전이 한창일 무렵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서명운동을 벌여 역차별 해소를 위한 규제완화를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그동안 역차별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국내 업체들은 아무리 영향력이 약한 업체일지라도 매 분기마다 경영실적을 공개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를 비롯해 페이스북코리아, 애플코리아 등의 다국적 기업은 대체로 유한회사(최소한 2인 이상의 사원이 그들의 출자액에 한하여 책임을 지는 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국 법상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며 실적을 공시할 의무도 없다. 국내에 본점이나 주사무소가 없는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은 외국법인으로 간주해 국내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그들은 매출을 세율이 낮은 나라에 설립한 법인으로 이전, 특수관계자 간 이자 지급 등 대부분 ‘이전가격’ 조작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무선인터넷연합회(MOIBA) 추산에 따르면 구글은 국내 플레이스토어, 검색광고 등의 분야에서 3조~4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대부분 싱가포르 법인으로 귀속돼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은 국내 언론, 정부 등의 관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10월말 ‘토종 기업’인 네이버만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로부터 집중 공격 대상이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역차별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망 사용료가 그 대표적 사례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구글 유튜브의 2017년 9월 국내 동영상 시간 점유율은 72.8%로 네이버 동영상 서비스(2.7%)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네이버는 2016년에만 7백34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구글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복수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11월 14일자 <스포츠서울>을 통해 “구글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는 과거 우리나라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를 협상할 때 우세를 점한 이후, 국내 데이터 센터에 캐시서버를 두고 대부분 운영비용을 통신사에 부담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망 사용료 부담이 현저히 낮은 반면, 국내 업체들은 망 사용료 부담이 높은 탓에 초고화질 동영상 서비스 제공 또한 어려운 상태다.
한편, 미국에서 ‘망 중립성’ 폐지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정책 변화를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망 중립성을 고수하고 있는데, 망 중립성이란 통신망 사업자들이 통신망을 타고 제공되는 서비스와 콘텐트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가 예상되면서 망 구축·유지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 통신 3사는 망 중립성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의 변화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권헌영(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상황이 곧바로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권헌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연방국가가 아니며, 상대적으로 통신사업자의 숫자가 적고 사업내용이 상이하다는 점 등 규제제도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망 중립성 이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송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 중립성 정책 기조는 그대로 두되, 미국 FCC가 망 중립성 규제를 최종 폐기할 경우 타당성 등을 따져 우리나라에도 적용 가능한지를 검토해 볼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역차별 문제, 해결될 수 있을까?
매출 및 세금 문제 외에도 청소년 유해 콘텐츠 관리, 인터넷 실명제 적용 여부 등 다국적 기업과 토종 기업 간 역차별은 심각한 상황이다. 더불어 현재 국회에서는 인터넷 포털 검색 사업자를 통신과 같은 기간산업처럼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뉴노멀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IT 기업을 오히려 옥죄는 제도가 말이 되냐’는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 속 역차별 문제의 해결 가능성에 대한 의견 또한 분분하다.
안창남(강남대·경제세무학)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규제분야는 제도적으로 차별문제의 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정보, 검색결과, 광고구분 등에 대해 국내법은 현재 외국법에 비해 엄격하며, 불필요한 규제가 많다.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다른 분야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제도를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민수(한양대·경영학)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인터넷 서비스는 매우 복잡한 소프트웨어적 통제에 의해 이루어지며, 제3자가 해당 시스템에 대해 직접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자율 규제를 촉진하기 위한 신호를 보내는 일이 우선이다. 다만 일종의 공동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에는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 신민수 교수는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정부의 직접적 규제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글 플레이, 유튜브 등 해외에서 운영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으로 규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난 11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4회 IT컨버전스포럼’에서 “최근 텀블러 사태에서 보듯 해외 기업이 아예 준수를 안 하면 국내법은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안창남 교수는 “결국 우리나라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OECD 등과의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서 역차별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안창남 교수는 “무엇보다도 국내 IT 기업이 구글 등과 맞설 수 있을 정도의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OECD에서는 BEPS프로그램을 통해서 IT기업에 대한 세제의 조화를 권장하고 있다. 세금 분야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도 OECD의 권고사항을 이행하되 구체적으로는 ‘구글세’ 도입을 통해서 구글에 대한 과세권을 현행보다 더 강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는 공식입장 발표 당시 “향후 구글코리아에 대한 과세를 넓히기 위해 세법이 개정될 경우 그를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종합해보면 역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정부의 역할이 핵심이다. 지난 11월 16일 정부에 따르면 다국적 IT 업체의 공정한 과세를 위해 내년 11월 1일부터 유한회사의 ‘경영 정보 공개제’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렇듯 정부는 현재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과정를 거치고 있는 상태다. 다국적 기업들이 각종 편법으로 국내법을 피해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한회사 경영정보공개제의 제도적 실효성이 충분히 확보되도록 정부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