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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아는 와이프’, 정말 바꾸고 싶었던 것은?

- 이대로는 안 된다

가끔 판타지 장르물을 시청하다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기괴하거나 과격할수록 그 근간이 어딘가 현실의 시급한 문제를 정공법보다 더 잘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다. ‘만약에’라는 가정법을 통해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모두의 아픔이기도 하다.     
여름내 tvN에서 방영했던 16부작 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한마디로 ‘이프(if) 로맨스’를 표방했다. 시간을 12년 전으로 되돌려 ‘다시’ 살아보는 게 핵심이다. 2006년 6월의 어느 날이 반복되면서, 이후의 삶은 완전히 바뀐다. 한 가지를 바꿈으로써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요소가 달라져버리는데, 자식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시간을 돌려 ‘인연’의 경로를 틀어버리자, 12년 후의 자식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겨난다. 원래 2018년 8월을 살던 주인공 차주혁(지성 분)과 서우진(한지민 분)에게는 세 살 아들과 돌쟁이 딸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시간여행 이후, 주혁의 아내는 첫사랑 이혜원(강한나 분)으로 바뀌었다. 
흔히 결혼한 남자의 환상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면 어땠을까?’이고, 결혼한 여자의 환상은 ‘내가 결혼을 안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세간의 농담이 사실로 확인되는 셈이었다. 자식이 둘씩이나 사라져버렸는데, 기억하는 이는 오직 차주혁 뿐이다. 엄마였던 우진은 아무 기억도 없이 일과 운동에만 파묻혀 지내는 미혼의 은행원으로 살고 있다.     
돌아가고 싶은 ‘절박함’의 원천은 견딜 수 없는 불행감이었다. 아이들은 너무 어리고 친정엄마(이정은 분)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고, 도와달라고 요청할 곳 하나 없다는 막막함은 이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 드라마는 결혼생활의 애환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전개와 함께 일종의 뇌관을 건드렸다. 제일 무거운 것부터 판타지를 입혀 ‘간단히’ 날려버렸다.
건강한 엄마와 가끔 소주잔도 기울이며 수다를 떨고, 평일에는 직장을 즐겁게 다니고, 좋아하는 이성과 데이트도 하는 생활. 만보계를 차고 다니며 수시로 확인하는 우진은, 아름답고 활력 있다. 싱글라이프에 대한 착각일 수도 있고, 비정규직 시대의 상처 중 하나인 ‘직장의 절대화’라는 함정 역시 포함돼 있긴 하다. 그러나 결혼도 출산도 전혀 당연하지 않게 된 세태의 반영이기도 하다. 어쩌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인 배우자를 세상에서 유일한 가족인 양 집중한 것이 ‘로맨스’의 과정이 됐다. 이 드라마는 각박한 세상을 힘겹게 돌파 중인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꿰뚫어보았다. 배우 한지민은 영화 <미쓰백>의 성공까지 겹쳐지면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현재형인 (대안적)여성상을 제시했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심이 담긴 지지이자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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