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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평론] 모두가 주연인 <열혈사제>

- 편견을 지렛대 삼아 갑절의 재미를

드라마 <열혈사제>(SBS)는 유쾌하다. 일상에 단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금토 드라마라는 편성까지 살려냈다. 웃음의 요체는 의외성이다. 성스러운 차림새의 가톨릭 사제가 주축인데 그의 과도한 언행은 ‘발광’에 가깝다.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는 알코올 의존증 초기, 금연 금단 현상으로 인한 짜증 남발, 독설에 분노조절장애까지 갖췄다. 더 놀라운 건 그의 전직이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이라는 사실이다. 충격적인 일에 휘말려 방황하다 영혼의 구원자 이영준 신부를 만나 사제가 되지만, 노신부는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해일의 분노는 불붙는다. 이 사건으로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형사들이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성격 개차반의 ‘전문직’들이 등장해 온갖 요란을 떠는데, 한국영화 흥행작들을 순간순간 뻔뻔하게 오마주 혹은 패러디 한다. 헌데 어찌나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추는지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익히 예상되는 지점이 있음에도, 이 드라마는 관습적 표현 대신 어처구니없게도 끝까지 가는 재미를 택해 신선함을 주었다. 온갖 장르의 극대치를 동원하지만, 지향점은 우리사회 환부를 도려내고자 하는 연대의식이다. 

 

물론 김 신부의 멋들어진 패션 감각도 한 몫 한다. ‘사제복의 패션화’는 이미 유행(?)이어서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손 더 게스트>의 김재욱 등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으나 김남길은 그야말로 무제한의 대활약을 해냈다. 모든 장르를 섭렵한 이 극단의 판타지는 의외로 가톨릭과 사제에 대한 꼼꼼한 개연성 덕에 탄탄하게 전개 됐다. <극한 직업>에서부터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이하늬가 말끝마다 ‘영감님’이란 존칭이 붙는 대한민국 검사로 ‘안 어울리게’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진정한 매력은 다른 데 있다. 모든 배역이 유기적으로 촘촘히 연결됐을 뿐 아니라, 돌아가면서 주역을 맡았다. 특정 사안 앞에서 해결책을 내놓으며 그 부분을 책임지는 식이었다. 초반엔 눈에 설었던 ‘무명 조연배우’들은 어느덧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의 중심부를 떠받쳤다. 출연한 모든 배우에게 시청자의 눈도장이 쏟아졌다. 그 ‘눈도장’ 한 번을 못 받아 긴 무명의 설움을 겪던 내공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연기 잘 하는 ‘갓 부상한’ 배우들의 이름이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곤 했다. 뭉클했다. 드라마 시청의 새로운 묘미였다. 배우 전원이 유감없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 수평적이고 조직적인 버라이어티 쇼였다. 대다수 드라마가 얼마나 스타 몇몇만 조명하는 방식이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누구도 ‘배경’이 아니었고 극의 중심에서 끝까지 소외되지 않았다. 서로의 기꺼운 눈도장이 드라마도 현실도 바꿔나갈 열쇠임을 웃으며 확인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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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