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너 옛날에 엄마가 하고 싶은 일 못하게 해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그래서 지금은 하고 싶은 일 찾았고? 난 네가 무슨 일하면서 사는지 제일 궁금하다. 결국 꿈 포기 당하고 성적 맞춰서 대학 갔잖아. 근데 과도 적성에 안 맞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 하는 것도 없다면서 고민을 그렇게 많이 하더니. 네가 나한테 해준 말 중에 그 말이 제일 슬펐는데.
‘사실 나도 알고 있어. 엄마 때문이라고 핑계 댔지만, 사실 꿈을 포기한 건 바로 나야. 그거 하나 인정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 내가 꿈을 포기한 걸 인정하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미련하고 한심한 사람이 되는 거니까. 근데 꿈이란 건 쳐다만 본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 계속 멈춰있고 싶지 않았어. 근데 웃긴 건, 그 망할 꿈을 포기했는데도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거야. 결국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라는 말.
나는 요즘 저 말을 많이 생각해. 그냥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것 같았어. 잘하는 일이 ‘뿅’하고 나타날 것만 같았고. 어느 것이든 잘 될 거라고 생각만 했어. 나는 나이를 먹는 게 너무 무섭다. 고등학생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내가 어째서 어른인지를 생각하게 돼. 할 수 있다면 나한테 알려주라. 내가 무엇을 후회할 것이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너는 알고 있잖아?
나는 믿고 있어. 나는 행복할 거야. 지금도 행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미래에도 행복할 거야. 그러니까 이 편지를 받은 너도 행복할 거야. 지금의 나를 꽤나 괴롭히고 있는 이 고민도, 네가 읽었을 때는 코웃음을 칠 고민이 되어있을 거라 믿어. “으이그 바보야. 걱정하지 말고 지금 너의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나 잘해.”라고 나를 비웃을 거야. 나는 너를 믿어. 나는 나를 믿어. 나는 이 고민도 잘 해결할 거야. 그치? 우리 행복하자! - 60년 뒤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