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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정비소] ‘땡깡’, 발작 현상 중 간질병을 일컫는 일본말

순수 우리말 ‘생떼’, ‘억지’로 대체해서 사용해야

“세달 만에 만난 외손주 지원이가 정말 귀엽다. 제 부모가 출근 한 뒤에 이 녀석과 함께 놀고 지낸지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세 살 먹은 외손주는 할미가 낯선지 살갑게 와서 안기지 않았다. 행여 외손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싶어 아픈 무릎이지만 말을 태워주기도 하고 총놀이도 같이 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보았다. 그것이 통했는지 어제부터는 할미 치마 자락을 붙잡고 졸졸 따라다닌다. 그러더니 오늘 드디어 할미에게 ‘땡깡’을 부렸다. 이제 좀 친해졌다는 표현 같아 기뻤다. 퇴근하고 돌아온 애미가 오늘 잘 놀았냐고 해서 지원이의 ‘땡깡’ 부리던 모습을 찍어 보여 주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땡깡’이라고 써 넣으니 위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외손주를 사랑하는 이 할머니는 아이의 모습을 날마다 일기처럼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손주가 ‘땡깡’ 부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고는 “지원이가 땡깡 부리는 귀여운 모습”이라고 써 놓았다. 이 할머니는 ‘땡깡’이 일본말에서 온 것을 모르고 쓰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땡깡이란 말은 일본말 전간(癲癎, tenkan)을 말하며 전간이란 우리말로는 지랄병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간질(癎疾), 뇌전증(腦電症)이라고도 하는데 이 병의 증상은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이 되풀이하여 나타나는 병’이다. 

 

안정효 작가의 「하얀 전쟁」에 보면 “그는 얼른 목덜미를 만져 보더니 갑자기 몸이 굳어지다가 다시 간질을 일으키듯 두 손이 비틀리며 경련했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온몸이 굳어지고 뒤틀리는 무서운 증상인 간질이 곧 땡깡인 것이다. 이러한 뜻을 안다면 귀여운 외손주의 ‘생떼’ 쓰는 모습을 땡깡이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할머니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땡깡이 날로 심해지는 미운 두 살 애기 때문에 죽겠어요/ 님들은 아이가 땡깡 부릴 때 어떻게 하세요?/ 우리 애들도 어려서 땡깡이 심했어요” 등등 오늘도 인터넷에는 ‘땡깡’이란 말이 넘쳐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간질의 속된 말이 지랄이며 이 말은 지랄을 떨다/ 지랄을 부리다 같은 꼴로 쓴다고 했다. 그렇다면 간질, 지랄을 뜻하는 ‘땡깡’의 우리말은 무엇일까? 여러 표현이 있겠지만 생떼 쓰다, 억지 부리다, 투정 부리다 같은 말로 바꿔 쓰면 좋지 않을까? 이제 더 이상 ‘땡깡’이란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