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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세상] 쿠팡 상장만 기다리고 있는 개미들에게

쿠팡 주식을 얼마나 사야 할까. 코로나19 시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쿠팡이기에 많은 이들이 상장을 기대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한 건실한 기업이기도 하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신청서를 내던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경북 칠곡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1년 넘게 야간 알바를 해 온 고 장덕준(27) 씨는 숨진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쿠팡 뉴스룸을 통해 공식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이 장 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물류센터에서 지원 업무를 하는 이른바 ‘워터 스파이더’였다. 집품부터 포장-푸시-레일-박스-리빈-리배치로 이어지는 업무가 중단 없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수동 자키를 이용해 바구니 정리, 빈 카트 정리, 포장 부자재 보충, 층간 부자재 운반 등을 했다. 이 중 하나라도 실수하면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장 씨의 사망 전 일주일 동안 평균 근무시간은 62시간 10분, 사망 12주 전에는 58시간 38분이다. 그는 하루에 470kg 이상 물건을 운반했다.

 

지난 2월 11일 산업재해 청문회에 나온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장 씨와 유가족들을 향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네이든 대표는 “저도 고인과 같은 나이의 딸이 있다. 고인의 부모님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감정적인 호소도 잊지 않았다. 네이든 대표는 산재 결정을 존중하며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네이든 대표는 장 씨가 하던 일이 다른 일에 비해 업무 강도가 덜하다고 답변했다. 비교적 업무 강도가 낮은 일을 하던 노동자가 산재로 숨졌다면, 다른 이들의 업무 강도는 도대체 어떨까.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장덕준 씨를 포함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모두 5명이다. 

 

쿠팡이 산업재해에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해 산재 신청 239건 중 68건(28.5%)에 대해 불인정 의견을 냈다. 사업주가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산재 신청자는 업무 관련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때문에 사업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ESG 투자’가 떠오른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줄임말이다. 기업의 재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등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지구와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이미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고, 최근 한국에서도 GS그룹이 ‘ESG 경영’을 공식화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다. 쿠팡은 청문회에 나와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비판 보도에 줄줄이 소송을 걸고 있다. 로켓배송의 꽃길만 믿고 투자하기엔 쿠팡의 ESG는 한없이 부족하다. 투자할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