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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라는 말의 가벼움

‘미안해’나 ‘고마워’ 같은 말들은 우리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윤활유와도 같은 단어들이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하면서 우리가 교양 있는 사람으로 한 발 더 가까워져가고 있다고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보통 우리는 친구와의 약속 시간에 늦었거나 약속을 잊었을 때 ‘미안해’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사과로 끝나는 일상적인 의미에서 한 발 더 깊게 들어서보면 이 단어가 그리 간단한 말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잘 사귀어오던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미안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돌아서서 나온다. 이 순간에 우리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모해버린다. 자신이 얼마나 미안한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이 말을 남기고 나오는 우리는 과연 마음속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는 걸까? 우리의 이기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을 방어하는 수준에까지 그것을 끌어올린다. 그리하여 우리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와 버리는 더 독한 한마디, 이기심의 결정체를 내뱉는다. ‘정말 미안해!’ 그렇다. 미안함 뒤에 숨어있는 자신의 팽배해진 이기심을 감추기 위해서는 ‘정말’이라는 ‘정말 같지 않은 정말’이 아마도 꼭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익숙한 ‘미안한’ 상황을 얼마나 만들어가면서 살아왔을까,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제, ‘미안해’라는 말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 ‘미안해’라는 말로 부족해서 ‘정말’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은 그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약간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마음이 이미 떠나버린 곳에 무엇인들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냐마는 자신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타인에게, 그것도 지금까지 자신이 중요하게 여겨왔던 그 사람에게 환히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그려본다면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로 때워버리기에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염치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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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