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0.3℃
  • 맑음강릉 -3.9℃
  • 맑음서울 -9.0℃
  • 맑음대전 -7.0℃
  • 맑음대구 -5.0℃
  • 맑음울산 -4.2℃
  • 맑음광주 -3.1℃
  • 맑음부산 -2.1℃
  • 맑음고창 -4.2℃
  • 구름많음제주 3.6℃
  • 구름많음강화 -8.4℃
  • 맑음보은 -8.7℃
  • 맑음금산 -8.0℃
  • 맑음강진군 -3.4℃
  • 맑음경주시 -4.5℃
  • 맑음거제 -1.7℃
기상청 제공

[와룡골이야기] 안나푸르나에서 만난 인연

특별한 한쟁이 손칠규


안나푸르나에서 엉뚱하게 모교 생각을 했다. 안나푸르나의 4월은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로 황홀하다. 히말라야가 있는 나라 네팔의 국화(國花)인 라리구라스 군락은 멀리서 보면 마치 동백 숲을 보는 것 같다. 만년설을 배경으로 핏빛으로 하강하는 라리구라스의 낙화.


이 봄, 백련사 뒤편 동백 숲을 가 보았는가? 꽃이 떨어져 눈부신 그 바닥과 선홍의 라리구라스가 깔린 안나푸르나의 바닥은 황홀함 하나로 유사하다.


히말라야의 오지(奧地)에서 뜻밖에 30년 전 교정에서 스쳤던 이름 하나를 발견하고 가볍게 흥분된 적 있다. 지금까지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사이이고, 이름 또한 내게 선명히 각인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책을 읽다 확인한 것이지만.


몇 해쯤 선배로 기억되는 그가 계명대산악부였다는 것도 책을 읽어가는 동안 알게 된 사실이다. 30년을 잊고 있던 모교의 산악부에 늦게 관심을 두게 된 건 에베레스트에 시신을 묻은 박무택, 백준호, 장민, 세 분의 계명대학교 에베레스트원정대의 그 극적인 드라마를 접하고 난 뒤부터였다.


그런 계명대산악부 출신 중 한 사람인 그 선배의 인생스토리를 여행 중에 가져간 책을 통해 안나푸르나에서 읽게 될 줄이야.


이번에는 히말라야가 아니라 해발 6천9백99미터, 남미의 최고봉 아콩카쿠와(아콩카과)에서였다. 사업차 갔던 남미에서 아콩카쿠와를 보는 순간 산쟁이 기질이 발동한 그는 단신으로 정상에 서게 되는데, 문제는 하산 길에서 발생한다. 조난당한 채 물 한 모금 없이 일주일을 헤매는 동안 개미 세 마리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하루에 한 마리씩 먹으며 연명하는 등 조난에 대한 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가 내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던 이유에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했다.


산쟁이 중에서도 좀 특별한 산쟁이 같은 인물 손칠규. 30년전 교정에서 스치던 인연일 뿐 그 세월이 지나도록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가 이렇게 내 글쓰기의 대상이 된 것 또한 계명대가 맺어준 동문수학의 인연 때문 아닐까.

관련기사





[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