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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신문

[미디어평론] 한국의 '알파걸'에게 미래는 있는가?

현실의 'α'는 딸과 며느리에 대한 이중잣대


요란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남녀차별 의식 없는 세대가 출현했다고 전 매스컴이 호들갑이었다. 남자보다 우월하고 성취감 높은 여성 리더 집단, 그들은 이름도 화려한 ‘알파걸’이었다.

하버드 대학 아동심리학자 댄 킨들런의 책 ‘알파걸(ALPHA GIRLS)’은 사실 원산지인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주목받는 트렌드가 되었다. 대한민국 여성가족부가 가장 뿌듯해 할 성과 중의 성과가 바로 ‘알파걸’의 탄생이 아니었던가. 각종 문화 프로그램은 앞 다퉈 이 신조어의 용어풀이와 ‘잘난’ 여학생 집단의 출현을 다뤘다. 전교회장을 맡은 여학생들은 ‘알파걸’의 모델로 긴급 소환되었다.

SBS가 봄 개편으로 신설한 정보 프로그램 ‘굿모닝 세상은 지금’ 5월 13일 방송은 1시간 동안 알파걸 신드롬을 다뤘다. 일단 ‘남학생보다 공부 잘하고, 아버지와의 유대관계가 돈독하고, 리더십 강한’ 알파걸의 특징에 부합하는 모델이 있어야 했다. 성적 우수하고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몇몇 여고생이 초반에 등장했다. 효과적인 개념 전달을 위해 당연히 ‘남녀공학’의 여학생이어야 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시간 대부분을 통해 ‘알파걸’의 증거로 제시한 집단은 사법연수원의 여성합격자들이었다. 기획의도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한국에서 ‘걸(girl)’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을 가리키는 용어로 변질된 것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씩 고시생 시절을 견뎌낸 예비법조인 집단에서 ‘알파걸’을 찾을 만큼, 우리 사회는 이 신조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서 10대 소녀들을 가리키던 신조어가 한국에서는 그저 ‘성공한 여성’으로 바뀌었다. 그 성공한 워킹우먼의 대표 사례가 사법연수생이었던 것이다. 대단히 한국적인 해석이고 표본추출이었다.

인터넷 설문을 통해 공모한 한글 이름 ‘으뜸녀’만 봐도 ‘된장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때의 유행이라는 의심만 부채질한다. ‘아마조네스’ 류의 용어를 계속 만들어내는 남성들의 호들갑과 강박관념, ‘남성·여성이라는 의식이 아예 없는 세대’라는 거창한 수식 속에 이미 공고한 ‘남녀차별 의식’만 도드라질 뿐이다.

물론, 아버지의 독려와 든든한 후원 속에 자랐다는 ‘알파걸’은 당연히 딸 가진 모든 부모의 로망이다. 그러나 알파걸로 자란 딸이 결혼 뒤 ‘알파우먼’으로 살 수 있을지를 상상하면 암울해진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누가 ‘알파걸 며느리’를 좋아할 것인가? 그 찬사 일색의 용어풀이 중 ‘남자’를 ‘남편’으로 바꿔보면 대번에 허상은 산산조각 난다. 남편보다 뛰어나고 남편보다 돈 잘 벌고 남편·아내라는 의식이 아예 없는 ‘잘난’ 며느리들과 그들을 무조건 지지하는 남편과 시부모가 있는 결혼생활, 그 ‘α’한 일상이야말로 ‘알파걸’이 도달하지 못한 이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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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