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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종교는 망상인가, 희망인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로버트 퍼시그)

신을 믿는가? 왜 믿게 되었는가? 기억이 없다면 당신의 믿음은 순전히 부모와 환경이 주입한 것이다. 이런 식의 질문에 ‘신의 뜻’이라는 갑옷으로 무장돼 있다면, 당신은 이미 종교에 깊이 세뇌된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신간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단언한다. 신이 세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 종교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그 ‘사회’의 소산이다. 미국 아칸소 주에서 태어났다면 기독교가 옳고 이슬람교가 틀렸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면 그 반대로 생각할 뿐이다.

이 신성 모독의 책은 현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이 두툼한 인문서가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그의 주장은 단호하고도 명쾌하다. 논증은 치밀하고 설득력 있다. 이 책이 제기하는 질문들은 너무나 근원적인 것이기에 ‘신앙인’들이 회피해왔던 문제점일 수 있다. 도킨스가 하려는 주장의 요지는 서문에 모두 나와 있다. 이후의 내용은 그 질문에 대한 논증 작업이다. 종교는 세상을 평화롭고 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이라는 기만’을 통해 악덕을 퍼뜨리고 있다고 이 책은 조목조목 지적한다.

진화 생물학자인 도킨스는 오래 전부터 저작을 통해 인격신의 존재를 부정해 왔다. 생명을 설계한 ‘시계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찰스 다윈이 말했던 ‘자연선택’이다. 그가 인정하는 ‘신’은 이 복잡하고도 질서정연한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종교는 합리가 지배하는 세상을 몽매주의로 몰아가는 ‘악의 축’이다. 종교에는 설득이 통하지 않기에 더 끔찍하다. 과학은 증거와 사례를 근거로 토론하지만, 종교는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만 한다. 광신자일수록 거리낌이 없는 이유다. 2대에 걸쳐 미국 대통령이 된 조지 부시 집안은 미국적 광신주의의 사례다. 아버지 부시는 “이곳은 신의 나라”라고 공개적으로 답했고, 아들 부시는 신으로부터 이라크를 침공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도킨스는 한 마디 덧붙인다. ‘딱하게도 신은 그곳에 대량 살상 무기가 없다는 계시는 내려주지 않았다.’

많은 신앙인들이 종교가 있기 때문에 이 땅에 도덕이 있고 정의가 있다고 말한다. 도킨스는 이런 질문이야말로 인간을 저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믿음은 이제 더 이상 신자들을 착하고 선한 ‘주님의 어린 양’으로 포장해 주지 못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개신교의 맹목적인 해외 선교가 탈레반의 인질 납치로 이어진 이후 교회는 상식과 광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 도킨스의 주장은 무신론자인 그의 논리적 신념이고, 어떤 면에서 이 책은 한 무신론자의 ‘신앙고백’이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든 무시하든 ‘믿음’은 이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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