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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대에게 말 걸기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모두들 백년 만에 찾아오는 무더위라는 둥,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권으로 진입했다는 둥 한바탕 호들갑을 떨면서 힘겹게 여름을 보냈다. 그러나 오후 마지막 강의를 마치면 캠퍼스에 제법 어둠이 내려앉을 만큼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문득, 이 시점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삶이 그리워진다. 소로우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지만 고향인 매사추세스 주 콩고드의 월든 호숫가 주변에서 2년여 간 자연 속의 삶을 살았다. 그는 이 시기의 경험을 기록한 책도 발간했다.

19세기 초반, 아직 농경사회인 월든 호숫가 주변과 마을의 농로 등을 산책하며, 삶과 이웃, 그리고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살았던 소로우에 대해 21세기를 사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그의 삶의 방식을 추종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아마도 매일매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현실과 이상, 그리고 자신이 속한 농촌마을 이웃의 삶과 조화를 이루고자 했던 그의 진지함, 그리고 성찰적인 삶의 태도를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세대임을 자부하는 요즘 대학생들은 짐작건대 산책하면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대화하는 시간보다는 싸이월드나 블로그를 통하여 타인과 대화하는 생활습관에 익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을, 단풍이 고운 행소박물관 주변이나 억새가 우거진 아담스 채플 뒷 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조용히 혼자서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길 권한다. 블로그를 찾는 손님들이 댓글 달기를 통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나의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지, 느린 듯 그러나 차분하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 나의 나에게 물어보고, 대답하고, 상의하길 바란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넓은 기상을, 붉은 단풍나무는 열정을, 내 키를 훌쩍 넘는 억새는 강인함을 덤으로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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