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시절 중 뉴욕에서의 문화적 충격은 언어적 충격보다도 내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한국문화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긍정적인 사고에서 이해하고 내 자신을 국제화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뉴욕 42번가 브로드웨이에서 본 뮤지컬 ‘캣츠’는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문화적 충격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시킬 수 있는 작품이었다.
캣츠는 고양이를 의인화시켜 그들의 눈높이에서 세상 삶의 깊은 통찰을 그려낸 작품이다. 전 세계 문화의 메카로 일컬어도 손색이 없는 뉴욕 한복판 브로드웨이에서 ‘캣츠’라는 뮤지컬이 어떻게 가장 롱런한 작품이 되었는지 직접 공연을 관람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캣츠’의 홍보문구에 ‘Now & Forever’라는 글이 왜 적혀 있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뮤지컬 ‘캣츠’는 T.S. 엘리어트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 곡을 붙여 만들어졌으며 실제 고양이와 흡사할 정도의 정교한 분장과 의상, 고양이의 움직임을 연상케 하는 다양하고 화려한 춤은 극에 대한 자세한 이해 없이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져 국적을 초월해 청중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준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고양이 축제인 ‘젤리클 볼’에 모인 각양각색들의 고양이들이 온갖 잡동사니가 모여 있는 공터에서 자신의 일생을 이야기하며 새로 태어날 고양이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들이 풀어 놓은 삶에는 여러 가지 인생들의 단면이 녹아 있다.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캣츠’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한 때 아름다운 고양이었으나 지금은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다. 이 노래는 일반 팝송으로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노래로 진실한 행복은 아름다운 추억에서 찾을 수 있다는 자조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메모리’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비롯한 세계 유명 가수들에 의해 180여 차례나 녹음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한물 간 그리자벨라가 다시 태어날 고양이로 선택되어 폐타이어를 타고 천상의 세계로 승천하는 모습은 이 무대의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지금 브로드웨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충격과 감동을 대구(대구 시민회관 대강당, 9월)에서 접할 기회가 생겼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세계 4대 뮤지컬 중에 하나인 ‘캣츠’가 주는 진정한 감동과 매력을 느끼기를 바란다. 덧붙인다면, ‘캣츠’를 관람하기 전 미리 다채로운 음악적 스타일을 알고 객석 사이사이를 누비며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는 고양이들을 만난다면 ‘캣츠’의 진정한 작품적 의미와 음악적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