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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정책대결 `실종'..지역개발 공약만 넘쳐

`재탕,공약(空約)성' 남발, `미니 총선' 관측 빗나가벌써 `낮은 투표율' 우려 제기.."유권자 무관심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기자 = 경기의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충북의 `중부4군'(증평.진천.괴산.음성), 경남 양산, 강원 강릉 5곳에서 치러지는 `10.28 국회의원 재보선'이 불과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재보선은 수도권.충청권.영남권.강원권으로 선거 지역이 넓게 퍼져 있어 `미니 총선급'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았으나 막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전형적인 `지역선거'로 굳어가는 분위기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가적 차원의 정책대결이나 비전 제시보다 당장 `표'로 연결될 지역 현안에만 몰두하는 양상으로 흘러 `지역선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연합뉴스가 재보선이 치러지는 5개 선거구에서 후보들이 제시한 정책과 공약을 비교 분석한 결과, 경제난 극복이나 정치개혁, 사회통합 등의 국가적 사안에 대한 정책대결은 찾아보기 어렵고 `시.도, 시.군.구' 지방선거를 연상시키는 지역개발 공약만 쏟아지고 있었다.

그나마 지역현안을 해결해 보겠다는 공약 중에도 정부 정책에 편승해 눈앞의 표를 챙기려는 `재탕' 성격이나 예산확보 등의 현실성이 결여된 `공약(空約)성'이 적지 않았다.

◇ 국가적 사안에는 `침묵'..지역개발 공약만 골몰 = 재보선이 치러지는 5개 지역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주요 분야의 국가적 현안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정책대결을 펼치는 후보는 실제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예컨대 최근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조두순 사건'과 관련한 청소년.아동 성폭행 방지대책,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사교육 폐해 개선책, 전셋값 대란 및 부동산값 폭등과 직결된 부동산.금융대책 등을 놓고 정책과 비전을 겨루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단순한 `지역 일꾼'이 아니라 국가적 중요 사안을 다룰 `지역 대표자'를 뽑아야 하는 민주적 대의정치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충북의 `중부4군'(증평.진천.괴산.음성)과 강릉 지역에서는 각각 `세종시 건설', `4대강 개발' 논란이 부분적으로 부상해 있었지만 그나마 정책대결이라기보다 선거의 유불리를 의식한 정략적 성격이 강해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참여연대의 김민영 사무처장은 "전국적 총선의 경우 중앙당 차원에서 공약을 개발해 여야간 정책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나 이번과 같은 재보선에서는 중앙당 차원의 공약개발이 전혀 없다"면서 "따라서 후보 개개인의 특별한 소신이 없는 한 정책대결 없이 철저한 지역선거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지역개발 공약도 `그 밥에 그 나물' = 국회의원에게는 지역 현안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보선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개발 공약들은 현실성과 참신성 측면에서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야 구분없이 지역 실정을 파고들어가 땀 흘려 발굴한 공약이 많지 않은데다 구체적 실현방안을 갖춘 사례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들도 군소 후보들이 낮은 지명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놓은 `일단 튀고 보자'는 식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강릉에서는 유력한 여야 후보들이 미리 입을 맞춘 듯 `강릉∼원주간 복선전철 조기착공'과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두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복선전철 문제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제시한 것이어서 신선도가 크게 떨어지고, 동계올림픽 유치 역시 두 차례 실패에 뒤이은 것이어서 `대책부재'의 관심끌기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한 충북 `중부4군'에서는 여당 후보가 "야당의 요구가 중앙정부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독특한 논리로 지지를 호소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한 지역에서는 관심권에 들지 못한 군소후보가 `국회의원 회관에 지역 공무원을 상주시켜 중앙부처와의 연결을 주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까지 했다.


◇ 주민.사회단체 무관심도 `한몫' = 이번 재보선에서 정책대결이 사라진 요인으로 지역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비근한 예로 이번 선거에서 주민이나 지역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비전을 검증하면서 공명선거를 유도하고 있는 지역은 경남 양산 단 한 곳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공약검증단'이 가동된 양산 지역 역시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각 후보의 정책에 반영되도록 `건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표성 부재' 논란을 일으킬 만큼 낮은 수준에 머문 최근의 재보선 투표율이 이번 재선거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는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흥행카드'에 힘입어 전체 투표율이 40.8%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에 앞선 2007년의 `4.25 재보선'에서는 31.0%, 2006년의 `10.25 재보선'에서는 31.2%에 그쳐 낮은 투표율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참여연대의 김민영 사무청장은 "건강한 선거가 되려면 언론과 주민, 시민단체가 단순한 공약비교를 뛰어넘어 지역현실에 맞는 구체적 공약을 각 후보들에게 거꾸로 제시하는 단계가 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투표율과 선거운동 과정의 주민참여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건강한 선거의 실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주민들의 정치참여가 높아져야 친환경 정책이나 생태지향적 공약이 선거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적 무관심이 계속되면 정치적 성향이나 여야 구분없이 대부분의 후보가 `지역개발'만 앞세우는 후진국형 선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gija0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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