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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신데렐라 언니>의 고전 낯설게 하기

- 유리구두 대신 캐릭터를 보라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지독한 성장통을 다룬다. 그 성장은 사느냐 죽느냐를 가를 정도로 절박한 것이다. 따라서 타협의 여지는 없다.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으므로 죽도록 열심히 견뎌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이 ‘성장’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성장은 자식세대나 부모세대나 모두 평생에 걸쳐 이루어야 할 과업이다. 이 드라마에서 나이에 비해 가장 자라지 못한 ‘아이’는 은조엄마 강숙(이미숙)이다. 강숙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상태에서 제멋대로 자란 들개 같은 상태였다. 한 번도 ‘지붕’ 있는 집에서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살았던 강숙은, 대성(김갑수)을 만나 처음으로 자신을 어떤 역할 속에 밀어넣는다. 처음에는 효선(서우)의 엄마 노릇이 ‘가면놀이’에 불과한 거짓이었으나, 차츰 연기와 실제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은조(문근영)는 처음부터 애어른이었다. 대성참도가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순간부터 이 집과 사람들에게 홀딱 반했지만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그것에 마음을 주는 순간 엄마처럼 타락하거나 엄마처럼 버림받을까봐서이다. 효선은 아버지의 죽음 후 비로소 턱없이 길었던 유년에서 깨어나려 한다. 아직도 자신이 어느 편인지 정하지 못한 기훈(천정명)의 답답한 행보도 지독한 성장통이다. 다들 현실과 내면 사이의 부조화 속에서 피 흘리며 아파한다.

여기서 성장을 이룬 이는, 완전한 존재가 되어 모두에게 “나를 뜯어먹어라”하고 자비롭게 세상을 떠난 대성뿐이다. 그는 아내 없는 홀아비라는 유일한 결핍이 채워지자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아버지’가 되었다. 대성은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기훈마저 용서하고 편히 떠난다. 그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마침내 자기 자신이 되었다. 이 드라마에서 선악의 기준은 얼마나 성장을 이루었느냐로 가늠 된다.

문제는 이 성장통이 너무 길어지면서 드라마가 횟수로는 중반(14회)을 넘어섰는데도 이야기는 초반 상태라는 점이다. 줄거리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상당한 연장이 예상된다. 캐릭터의 충돌도 내면으로 흐르다 못해 관념적이 되고 있다. 누군가 빨리 ‘유리구두’를 벗어던지고 먼저 액션을 취해야 한다.

<신데렐라 언니>는 신데렐라 혹은 콩쥐 이야기라는 너무나 유명한 민담을 차용함으로써 인물탐구의 깊이를 확장했다. 시청의 포인트도 캐릭터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그 의외성이 신선하다. 그런데 익숙한 것을 기대한 시청자에게는 모든 것이 전복돼 있는 이 드라마가 낯설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멜로가 중심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고전의 재해석과 확대해석의 좋은 사례가 되려면,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운명과 벌이는 한판승부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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