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모두의 축제를 위하여

  • 등록 2006.09.24 05: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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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은 지금 가을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행사 포스터로 평소와는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그러나 주막촌에서 들리는 노랫소리와 여러 가지 행사에도 불구하고, 학생회관 언저리를 벗어나면 축제의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위해 분주하게 오가고, 일상은 동일한 모습으로 진행된다. 가을 축제는 일부 단과대만의 행사라서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거교적으로 치러지는 봄 축제 역시 규모에 있어서만 다를 뿐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는 우리학교 축제의 일반적인 현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축제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모두 참가해 벌이는 흥겨운 일탈행위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참가자들은 축제를 통해 평소의 계급적, 성적, 정치적, 문화적 차이가 해소되는, 집단적인 규범을 뛰어넘는 해방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공유된 해방의 경험은 공동체적인 결속과 유대를 강화한다. 그렇다면 우리학교 축제는 이러한 공동체적인 환희를 제공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리라 생각된다. 호기심과 기대의 눈길로 축제를 찾는 중·고생들과는 대조적으로 축제의 주체가 되어야 할 당사자는 축제에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축제가 소수 혹은 일부만의 이벤트로 전락하게 된 원인을 축제를 준비하는 측의 진부함과 상투성에서 찾든지, 또는 대학 구성원의 심화된 개인주의로 돌리든지 간에 축제를 현재의 상태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대학사회가 경쟁체제로 들어서고 사회진출에 대한 강박적인 우려가 심화될수록, 긴장과 염려에서 놓여나 모두가 하나 됨을 경험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은 오히려 절실해지는 것이다. 축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획의 창조성과 실천의 적극성이 필요할 것이다. 십년 가까이 변함없이 반복되는 행사, 연예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한 행사, 축제의 부진을 마지막 밤에 동원되는 대중가수들로 보상하려는 행태 등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 대중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삶의 주제를 반영하는 행사를 개발함으로써 축제 참가자들이 동원된 군중이 아닌 행사의 주체가 되는 순간, 그들만의 축제는 우리 모두의 축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계명대신문사 kmup@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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