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임말의 시대

  • 등록 2011.10.02 03: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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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해 후배들과 얘기하다 보면 후배들이 가끔씩 단어를 줄여서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고 그 단어의 뜻을 알게 되면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쓰는 말을 들으면 알아듣기 힘든 단어가 굉장히 많다. 하물며 언어를 올바로 써야 하는 언론사 기자들도 줄임말을 쉽게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베이글(베이비페이스+글래머),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같은 단어는 이미 이제 고유명사가 되는 분위기이고, 줄임의 빈도나 양태는 연령이나 상황에 따라 너무 다양해졌다.

특히 인터넷 뉴스에서 그룹의 이름이나 드라마 제목을 줄여 부르는 것도 이제 너무 일반화 되었다. 원인으로 인터넷·모바일 문화를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의사 전달과 소통을 빨리 해야 하는 ‘속도의 언어’ 속에서 정확하고 길게 표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통신수단의 파급력은 그런 줄임말의 확산과 결부되는 부분이기도하다.

또한 언어의 속성상 반복을 통해 뜻만 통한다면 익숙해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세대 간, 그리고 같은 세대라도 사람, 환경에 따라 문화적인 수요나 코드가 다른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인 ‘한글’이 중요한 것은 소리와 뜻이 같이 고려된 수준 높은 문자이기 때문이지, 단지 뜻만 잘 통하는 문자이기 때문은 아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다고 줄임말이 너무 많이 통용되고 일반화되는 것은 이 정도 수준이라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직 국어 능력이 덜 무르익은 중·고등학생들이라면 말이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우리가 무심결에 쓰는 줄임말버릇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좋은 시기이다.
장현철(문예창작학·4) ishykin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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