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가는 날 아침은 평소와는 다르게 눈이 가뿐히 떠졌다. 어쩌면 훈련을 간다는 부담감과 기대감 때문이었을 거다. 동대구역에서 우리 138 계명대학교 학군단 인원들은 완전군장을 하고 논산훈련소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내 사람들의 시선은 궁금함과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나는 이런 시선들이 의식될 때마다 내가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는지, 제식을 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대략 4시간가량 달려 논산훈련소에 도착했다. 우리를 마중 나온 군악대의 연주 소리를 뒤로한 채 훈련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숙소에 도착해 관물함에 군장물품을 정리하고 우리는 총기수여식에 참여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총기를 부여받고 총번을 크게 복창한 후 생활관으로 돌아와선, 조준자세를 취하고 견착을 견고히 해보는 등 총기와 익숙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장애물 및 철조망, 사격, 각개전투, 수류탄, 행군 등 수많은 훈련이 있었다.
모든 훈련은 긴장되고 힘들었다. 훈련에 대한 평가를 매번 받을 때마다 내 개인 성적이 우리 계명대학교 학군단의 전체성적과 직결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사격 1차 합격선인 12발 명중을 위해 훈육관의 설명과 주의사항을 귀 기울여 들었고, 수류탄을 던질 때는 누구보다 자신감 있게 멀리 던지려고 노력했다. 포복을 해서 진흙탕 속에서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서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실감하기도 했다.
또한 비를 맞으며 40km 야간 행군을 할 때는 집 생각도 났다. 휴식시간마다 훈련기간 중 받은 편지를 꺼내 달빛에 의지해 읽으며 위안을 삼았다. 3주간 받은 군사훈련은 훈련 그 이상의 것을 내게 안겨주었다. 이번 훈련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군인으로서 국가에 충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