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일년 중 제일로
찬란하게 내리는
이 햇빛을 송두리째 받고
지금 곡식이 팽팽하게
여물이 다 든
이 빛나는 경치를 보게.
거기다 바람까지
살랑살랑 어느새
찬바람을 거느리고
잎새 둘레에 왔네.
이런 가을을
그 많은 세월 중
4분의 1이나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
물 맑고 공기 좋은
여기를 피하고
도회지로 몰린 사람들아.
사람이 살기 편한
이 절실한 가을을
몸에 붙이지 않고
살이 어떻게 찔꼬.
섭섭하게
아주 섭섭하게
가을하늘만 드높이 개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