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싶다

  • 등록 2012.10.30 01: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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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치열했던 중간고사가 끝났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마음졸였던 시험이 끝나니 왠지 허탈한 기분마저 든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험 후에 느끼는 감정은 즐거움 보다는 씁쓸함이 더 컸던 것 같다. 게다가 취업을 생각하면 입 안이 떨떠름해지기까지 한다. 쓴 약을 마시고 사탕을 먹지 못한 기분이랄까. 이번 중간고사도 내가 매번 겪은 시험들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시험을 치고 나오면서도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었다. 붉게 물든 단풍을 보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떨떠름한 기분으로 취업준비에 매진하고 있었을 거다.

낙엽이 지고 있다는 건 가을이 왔다는 뜻이다. 긴 여름과 겨울 사이에 끼인 간이정거장 같은 계절인 가을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가을이었을까? 마지막 시험을 치기 직전일수도 있고 첫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일지도 모른다.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사람들은 이런 물음에 관심이 없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서 계절이 바뀌는 것 따위는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가을은 너무 빨리 사라져 버린다.

한참을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대로 쉬어본 적이 언제였지?’ 꽤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주말이면 방을 굴러다니거나 친구들을 만나 치맥을 먹는 그딴 게 아니라, 아무 생각도 없이 쉴 수 있는 휴식 말이다.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은 없다. 마라토너도 경기와 경기 사이에는 휴식을 취한다. 쓴 약도 달콤한 사탕이 있어야 눈 질끈 감고라도 마실 수 있는 거다. 제대로 쉬는 건 더 좋은 결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번 가을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진정으로 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상(사학·4) dl2d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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