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네 계절로 채워져 있듯, 인생에도 네 계절이 있나니. 원기 완성한 사람의 봄은 그의 마음이 모든 것을 분명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때이며, 그의 여름엔 화사하며 봄의 달콤하고 발랄한 생각을 사랑하여 되새김질하는 때이니, 그의 꿈이 하늘 천정까지 높이 날아오르는 부푼 꿈을 꾸네. 그의 영혼에 가을 오나니 그의 꿈의 날개를 접고, 올바른 것들을 놓친 잘못과 태만을, 울타리 박 실개천을 무심히 쳐다보듯, 방관하여 체념하는 때로다. 그에게 겨울 또한 오리니 창백하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렇지 않으면 죽음의 길을 먼저 가 있을 것이니’. 존 키츠의 ‘인생의 계절’이다.
이 시처럼 우리의 인생은 계절과 많이 닮아있다. 모든 것이 설레고 아름답게 느껴지던 봄을 지나,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이겨내고, 불타는 가을의 단풍에 심취한 사이 어느 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 겨울이 다가왔다. 이때가 되면 생각하기도 싫던 지난 한여름의 치열함과 가을의 고난과 후회를 떠올리며 지금의 나를 스스로 다독이고 위로하게 된다. 항상 모든 일에서 끝이 다가오면 뒤를 돌아보게 된다.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때의 고통도 끝이 안보이던 슬픔도 끝자락에서 돌아보면 충분히 견딜 수 있었던 단지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험과 기억들로 우리는 또다시 맞이하는 봄, 여름, 가을의 고난을 이겨낸다. 그러기에 꿈의 날개를 접고, 올바른 것들을 놓친 잘못과 태만을, 울타리 박 실개천을 무심히 쳐다보듯, 방관하여 체념하는 때인 가을에 멈춰서 있지 말고 두 팔 벌려 겨울을 맞이해야 한다. 겨울은 허탈함과 쓸쓸함으로 정리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지금의 행복을 만들어 낸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시기이다. 우리의 계절은 아직 끝이 아니기에, 끝처럼 보이지만 끝이 아닌 겨울을 준비하고 돌아오는 봄을 맞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