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주고받던 이가 바지에 똥을 싸고, 꼬인 갈등을 해결해 줄 Deus ex machina를 알현키도 전에 와장창 소리와 함께 종결된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문화의 하나인 ‘병맛’의 이야기 전개방식이다. 병맛스러운 전개는 기존의 역설적 표현이나 아이러니와는 거리를 둔다. 기승전병에는 고조되는 갈등도, 일관적인 전개도 존재치 않는다. 무엇보다 병맛스러운 전개의 핵심은 비당위성과 무논리성이다.
병맛에 주목하는 이들은 주로 10~20대 젊은이들이다. 한국의 다른 어느 세대보다 많은 교육을 받은 그들은 지적 능력만큼이나 높은 자기만족 욕구를 갖고 있다. 허나 현 사회는 논리와 상식 하에서 명백한 원인과 결과라는 당위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당연한’ 원인이 낳은 ‘당연한’ 결과는 현 사회를 모순과 부조리가 가득한 사회로 만들었다.
힘든 환경에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들이 성실한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하곤 한다. 그리고 성공한 이들은 무려 군중 내에 힘들게 끼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이란 보상을 받는다! 그 와중에 선대의 부와 권력을 상속받은 이들은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축적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달콤한 권력의 맛에 빠져 있으며, 선거는 민중의 대변인이 아닌 당의 하수인을 선출하는 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결국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멘붕’이다.
멘붕하는 현실이 유지되는 이상, 현 사회구조를 역전시킬 방법은 없다. 당위성과 논리성이 도출해주던 ‘바른’결론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병맛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문화다. 모든 합리와 당위를 거부하는 ‘병맛’을 통해 우리는 일종의 문화적 반란을 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