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네에 위치해 있는 도서관에 시험대비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았다. 쾌적한 시설과 넓은 자리로 공부하기에는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다. 과거의 낡은 책상과 걸상, 더러운 화장실 등이 리모델링되었다. 환경이 바뀌니 공부를 열심히 할 마음도 덩달아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폈는데, 5분도 되지 않아 책을 덮게 되었다. 밖의 소음이 심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분명 복도에서는 ‘조용히 하세요’ 라는 푯말도 붙어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늦은 저녁이 되자 소음이 조금 잠잠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잡담 소리가 나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 3명의 남고생에게 다가가 계속 떠들려면 밖으로 나가서 떠들라고 하며 도서관에서의 정숙을 요구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알겠다며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의외로 금방 해결되는 문제에 조금 허무한 감정마저 들었다.
동시에 학생들에게 조용하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화가 났다. 분명히 열람실에서 소음을 들은 것은 나 혼자가 아닐 텐데 모두 가만히 앉아 자신의 공부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람실 내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나와 비슷한 대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다. 하지만 그 학생들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내 청소년기를 돌이켜보면 도서관에서 작은 소음이라도 내면 어른들이 조용히 하라고 다그쳤었다. 하지만 요즘 어른들은 누군가는 하겠지 하는 방관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잘못을 고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어른이 해야 할 일일진대 그렇지 않다면 도서관 시설이 아무리 좋아지고 바뀌어도 빚 좋은 개살구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