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생각 하나

  • 등록 2008.05.25 20:52:18
크게보기

일상을 살다보면 우리는 하루하루 주어진 과제에 얽매이게 된다. 그래서 이삼년 후의 일은 고사하고 한 달 후의 일에도 관심을 갖기 어렵다. 그러니 세대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당장 오늘의 일정표가 아니라 우리가 꾸려가야 할 미래의 모습 속에서 찾으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평등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할 이유를 다소나마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당장 지금은 건강하여도 혹은 고급의 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어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만들지 말아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창한 이념적 지향성을 거론하지 말자. 이 땅에서 살아갈 나의 자녀, 손 자녀가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싶다. 그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인 이유이다.

눈으로 보고, 생활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제도나 정책을 글을 통해 듣고 익히는 것과 전혀 다른 인식을 제공해준다. 최근 개봉된 한 영화는 사고로 잘려진 두개의 손가락 중 하나를 돈 때문에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야만 했던 기계공의 얼굴과 손을 보여주었다. 의료시장화의 단면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필자는 의료가 완전히 시장화 된다면 나의 자녀 혹은 내 손자녀가 겪어야 할지도 모를 모습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섬뜩한 두려움마저 들었다.

돈 때문에 잘려진 손가락의 봉합수술을 포기하라고 권고하는 의사의 처지를 생각해보라. 그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아무 의미 없는 종이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잘린 기계공이 치료비 걱정 없이 잘 치료받고 다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나라도 지구상에는 여전히 많이 있다는 사실은, 사회제도와 정책이 우리의 삶의 전반과 생명 그 자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영리의료법인도입과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로 요약되는 의료 산업화, 의료 민영화 정책이 사회표면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전부터 논의가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나, “건강영역, 생명관련 영역”에 대한 시장화의 부담으로 인해 섣불리 실행되기 어려웠던 정책이다. 이 부문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많은 선진국들을 보라. 미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은 적어도 건강과 생명부문을 자본주의 시장의 이윤추구 논리에 포섭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사실상, 자본주의의 이윤추구를 위한 무한경쟁의 장에 내놓는 것에 대해 정책적 정당성을 부여하기가 가장 어려운 부문 중의 하나가 건강과 생명과 관련된 정책일 것이다. 여러분들은 소비자가 선택권을 더 많이 누리는 것이 복지라는 명목 아래, 기초적 건강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계층의 건강원을 위협하는 정책에 쉽게 동의할 수 있는가? 이는 당장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만이 아니라 내일을 살아야하는 우리의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계명대신문사 kmup@kmu.ac.kr
< 저작권자 ⓒ gokmu.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PC버전으로 보기

계명대신문 [42601] 대구광역시 달서구 달구벌대로 1095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아람관 105호 전화번호 : 053) 580-5731 저작권자 ⓒ gokmu.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