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하나 둘씩 켜진 촛불은 어느새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 되었다. 현재의 시국을 사람들은 ‘제 2의 6월 항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 국민들이 들고 있는 촛불은 누군가를 추모하기 위함이 아닌 정부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가 국민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국민께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화 이후 국민들의 의사에 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 비폭력 집회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 등 이명박 대통령의 안일한 대응은 국민들의 마음을 더 돌아서게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대학생과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교복을 입은 10대, 엄마들도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기와 함께 촛불을 들었건만 대통령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5일로 예정된 국정쇄신안 발표도 9일 국민과의 대화도 연기했다.
말로는 청와대에 여론 담당자를 두고 민심을 파악하는데 노력하겠다, 각계 인사들의 조언을 듣고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불교계 원로들과, 국무총리는 대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두 대화의 공통점은 소고기 재협상은 ‘절대 불가’였다.
현충일 추념사에서 “더 낮은 자세로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듣겠으며 국민과 한마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대통령이 국민들이 너무나 원하고 있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 시작된 첫날, 촛불 문화제 행사장을 특수임무수행자회(HID) 간부와 일부 회원들이 선점하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그런데 이 특수임무수행자회가 4일 대통령을 만난 후 이미 오래전에 고지되었던 현충일 행사장을 시청 앞 광장으로 변경한 사실이 누리꾼들에 의해 드러났다. 이러한 정황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민의 힘은 촛불의 숫자가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의견공동체를 형성하는 것, 즉 촛불 그 자체가 국민의 힘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시일을 끌며 저절로 촛불이 사그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6.4 재·보선으로 국민들의 마음은 더 뚜렷해졌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꼼수가 아닌 대통령의 진정한 사죄와 국정쇄신이다. 더 이상 시간이 약이라는 생각은 ‘독’이다. 지금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