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그 나름의 일정한 삶의 방식을 갖는다. 삶의 방식은 세상살이에 대한 그 나름의 가치관과 세계관과 세상사는 요령을 담고 있다. 사람은 언제나 가족, 마을, 국가 등등의 사회를 형성하고, 이를 생활 터전으로 삼아 살아간다. 그런 까닭에 삶의 방식은 사람마다 달라도,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같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공통의 삶의 방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문화라고 부른다. 역사나 사회가 건전하고 순조롭게 발전하는가 그렇지 못한가는 그 사회성원들이 공유하는 생존문화, 생활문화가 얼마나 건강하고 진취적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높게 평가되는 경세가는 단연 세종대왕이다. 세종이 위대한 것은 군왕과 사대부들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건전하고 진취적으로 다스릴 민본정치문화를 확립한 것이다. 세종은 민본의 경세문화가 자신이 통치하던 당대를 넘어 조선 왕조 내내 지속되기를 염원하며 지난 역사를 정리, 평가하는 작업을 만년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삼았다. 그 결실이 세종 28년(1446)에 착수되어 문종 원년(1451)에 완성되는 고려사’이다.
고려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은 태조 원년부터 시작되지만 세종 말년의 고려사 정리는 이전의 편년체 정리방식과는 달리 기전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기전체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열전을 두어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끼쳤던 인물들의 주요 언행과 행적을 가감없이 기록하여 어떠한 삶의 방식이 도덕적이고 바람직한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건국된 지 어언 6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는 국민이 공유할 주체적이고 개방적이며 진취적인 삶의 문화를 확립하지 못했다.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난관이 일제 강점기 친일행위에 대한 역사적 정리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뿌리가 많은 부분 친일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대한민국에 건강한 국민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 먼저 정리해야 할 과제가 친일파의 행적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간행한 ‘친일인명사전’은 이런 문제의식에 입각해 당해 시기 전공학자 150여명이 8년여 동안 자료를 찾고 객관적으로 연구한 소중한 성과물이다. 이 작업은 세종의 ‘고려사’ 편찬과 같이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국민문화를 형성하는 소중한 토대로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