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상장

  • 등록 2013.12.10 13: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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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소품이 있다. 바로 ‘상장’이다. ‘대회’는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가장 큰 경쟁이었다. 학교에서는 매년 아이들에게 ‘불조심의 달’을 맞아 대회 참여를 권장했다. 나는 포스터 제출을 시작으로 표어, 글짓기, 웅변에 모두 참여하는 강철 체력을 발휘했다.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고 그 뒤로도 상장 획득은 쭉 이어져 갔다. 얼마 전 그 많은 상장들을 정리하며 당시의 나를 떠올려 보았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경쟁. ‘상(賞)’은 잘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써 ‘앞으로 더 잘해라.’라는 의미를 지닌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는 맹목적으로 ‘상’이라는 결과만 좇았던 것 같다.

학교를 떠난 우리는 안과 밖의 울타리가 없는 ‘사회’에 놓여있다. 이제는 더 거대한 경쟁을 해야 한다. 스펙, 취업, 부와 명예 등을 이루기 위한 경쟁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어린 시절에는 마냥 자유로워보였던 학교 밖의 어른들. 사실 그들은 더 치열한 사회 속에서 아등바등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의 상장’을 받기 위한 노력. 이제는 나 또한 그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개인일 뿐이다. 우리의 노력 뒤에 찾아오는 경쟁의 성취감. 자기만족일까,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함일까. 그 상장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사회에서는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 없는, 기한 없는 대회가 펼쳐진다. 이는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하지만 해소할 수 없는 압박감을 주기도 한다. 왜 우리는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경쟁에서의 승리가 곧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경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속도를 잃어버린 삶과 그 속에서 얻은 보이지 않는 상장. 너도 나도 앞만 보며 달려간다면 경쟁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어쩌면 상장은 나의 반성 뒤에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에 대한 인정과 늘 열심히 하는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 이것이 사회가 우리 인생에게 주는 진정한 상장이 아닐까.
김나리(언론영상학ㆍ4) plpl2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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