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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8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가작(1) - 산책-광릉수목원

  • 작성자 : 계명대신문사
  • 작성일 : 2018-06-04 10:42:50

 ● 제38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가작 -  산책-광릉수목원

산책 

-광릉수목원 


조지원 (계명대학교•문예창작학•4) 


당신이 살던 오후에는 마침표가 없다

 

나무 아래에서 썩어가는 고라니의 등, 언젠가 숲속을 뛰어다니던 울음소리가 이제야 메아리친다 짐승의 말은 오직 울음뿐이어서 어쩌면, 나는 썩어가는 당신의 울음도 해독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사인이 없어 푸르기만 한 죽음이 발끝에 차인다

 

우리는 이따금 어제와 내일의 시간을 혼동하고는 했다 달력을 찢을 손 없이도 날은 밝아오고, 햇볕을 마주한 나무를 어루만지며 나는 생각한다 당신의 이마와 해진 옷깃에 대하여

 

숲이 울창해질수록 숲 안의 것들은 죽어간다 나는 그 속에 앉아 당신이 남기고 간 울음소리를 마지막 햇볕 삼아 조금씩 자라날 것이다 그 울음이 숲속을 한 바퀴 돌아 메아리처럼, 다시 내게 돌아오면

 

나는 죽은 나뭇잎을 어루만지며 마치지 못한 산책을

끝낼 것이다




● 제38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가작 - 수상소감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목원 근처에 살았다. 부모님에게 떼를 써서 얻어낸 카메라를 들고 틈이 날 때마다 수목원을 걸었다. 숲속에서 자라나는 것들은 나를 꿋꿋하게 만들었다. 질긴 생명력. 그것을 바라보고, 냄새를 맡고. 어떤 때에는 손끝으로 건드려보기도 했다. 이따금씩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나무의 이름도 있었다. 하지만 뒤돌아서면 쉽게 잊어버렸다. 시를 쓰는 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경이롭게 바라보고, 관찰하고. 가끔은 손끝으로 건드려보기도 하고. 사랑했다가, 미워졌다가. 내가 무엇을 아름답게 보았는지 기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쓰고, 끝내는 잊어버리고야 마는.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를 쓸 때면, 내가 좋은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그 위로 때문에 여태껏 시가 좋다. 나를 사람 만든 친구들에게 가장 고맙다. 그리고 고맙다 말할 수 없는 이들에게도.

졸업이 코앞이다. 휴학까지 포함해서 6년을 다녔다. 남들에 비해 길고 길었다. 졸업이 슬프진 않다. 더 좋은 세상으로 가는 시작점이라 믿는다. 내게 예견된 미래가,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나는 언제나 먼 미래의 나를 위해 살고 싶다. 그래야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친구들과 말한다. 청춘은 이미 망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모두 울창한 숲속의 나무니까. 빛이 들지 않는다고 시들지 말자. 언제나 꿋꿋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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