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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신문

[자매대학 총장의 우리학교 방문기] 오사카음악대학 모토야마 히데키 총장의 소감 - 이웃 나라 첫 방문

 


이번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과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한국의 계명대학교가 창립 12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그 기념식에 초대받아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였다. 이번에는 단지 기념식뿐만 아니라, 기념 공연으로서 계명대학교 음악공연예술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베르디의 ‘나부코’를 공연하기로 되어 있었고, 오페라의 연출을 우리대학교 이하라 히로키(井原?樹) 교수가 담당하게 되었던 것도 방문의 한 이유였다.


계명대학교는 학생 수 25,000명의 종합대학교로 대구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립대학이다. 계명대학교의 원류는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로부터 시작된 의료봉사단 진료소로,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12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산을 깎아 개척하여, 고지대에 위치하면서 광활한 부지로 펼쳐진 맵시 있고 산뜻한 캠퍼스군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캠퍼스다. 종합대학 산하 1,300명 규모의 음악공연예술대학은 한국 내에서도 그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고, 유능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오페라 출연자들의 공연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그 수준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번 방문에서 느낀 진정한 가치는 창립기념일에 맞춰 공연된 베르디 작곡 ‘나부코’의 무대는 이 화려한 날에 걸맞은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전날의 공연을 시작으로 하여 이어진 사흘간의 공연은 첫날은 교수들만으로, 둘째 날은 졸업생과 교수가 함께, 셋째 날은 학생들만 출연하는 트리플 캐스팅으로 진행되었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도 모두 학생이 출연하는, 그야말로 대학이 총력을 기울인 공연이었다.


한국인 성악가의 뛰어난 실력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으나,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숫자만 보아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그들의 소리는 ‘대륙적’이라고 표현해야할 만큼 강인하고 매력이 넘친다. 놀랄만한 실력을 지닌 베이스(Bass)는 한국인들 중에서 다수 만날 수 있다. 교수들 중에는 유럽 무대 경험을 거쳐 후진 양성을 하는 분들도 많았고, 솔리스트들은 물샐틈없는 긴장감을 동반한 가창력을 발휘했다. 마치 유럽의 일류 가극장(歌劇場)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장면도 있어, 그 가창력과 수준 높은 연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합창과 관현악도 빼어난 연주를 선보였다. 관현악은 지휘자 아지만의 핵심을 찌르는 능숙한 지휘를 통해 학생들의 능력을 충분히 이끌어냈다. 이 오페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합창은, 짜임새 있는 피치와 균형감, 그리고 훌륭하게 연출된 군중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나 자신, 만일 스스로가 이 합창을 지휘하는 입장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시점으로 듣지 않을 수 없었지만(역자 주: 오사카음악대학 총장의 전공은 합창지휘임), 합창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절대 그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계명대학교에는 약 250명의 성악전공 학생이 재학 중이라고 한다. 무대를 바라보니 최소 80명 정도의 합창단원들이 이번 오페라 ‘나부코’ 공연에 참여함으로써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교수와의 일체감, 계명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있음에 대한 긍지 등은 이야기 전개와는 별개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의 본분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학업과 이러한 특별한 기회와 병행해야 하는 갈등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도 준비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모든 커튼콜이 끝나고 막이 내렸을 때 커튼 뒤쪽에서 들려오던 함성이 무엇보다도 그들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오페라‘나부코’는 민족이 지니고 있는 운명에 대한 고뇌가 주제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느 정도 내가 느낀 것과 같은 감정을 느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3막 첫머리의 유명한 합창곡“가자 황금의 날개를 타고”라는 노래가  바빌론 포로라는 역사적 사실을 넘어, 한국 학생들에 의해 극도로 호소력이 높은 메시지로 표현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학생들의 합창은 힘껏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하고도 자연스러운 호흡을 바탕으로 한 유연한 음악을 표현하고 있었다. 집중력을 동반하는 마지막 여운은 틀림없이 전막(全幕) 중의 백미라고 할 수 있었다. 과연 예술은 실제 인생과 세상을 반영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깊은 감회에 사로잡히게 하였다.


사람과 사람이 진실을 추구하며 힘을 합치는 순간은 높은 순도(純度)를 유지하며 기쁨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참으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실로 얻기 힘든 경험을 한 이번 방한이 다시금 학생들과 마주하는 것의 의미와 그 목표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제공: 홍보팀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