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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과 헌신의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

제12대 신일희 총장 취임 기념 인터뷰

 

우리학교의 방향은 연구가 아니라 교육

 

동산의료원은 대구 서쪽 지역의 발전과 국제화를 위한 발판

 

우리학교의 저력은 ‘개척’과 ‘봉사’…계명의 헌신정신이 대구시민을 구해

 

코로나19 이후는 지역 격차 무의미, 다만 노력하지 않으면 뒤쳐져

 

학생들, 실현 가능한 이상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가 되기를 바라

 

 

Q.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지난 임기 대부분은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채택했고 이를 유지하는 측면에서 대학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교육의 방법이나 내용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변화한 시대에 걸맞은 젊고 유능한 사람이 학교 교육행정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또다시 총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이나 교육내용과 방법도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마치 외딴섬에 홀로 놓이듯 고립된 성격이 아닙니다. 결국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사회, 개인 대 자연으로 어울려야 합니다. 또 학교는 이러한 교육의 성격을 고려해서 교육과정을 꾸려야 합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가 다가온 만큼, 좀 더 유능하고 젊은 총장이 총장직을 수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좋든 싫든 간에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변함이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우리학교가 당면한 과제 중 어느 것 하나도 총장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향후 대학 앞에 놓인 여러 장애물을 인지하면서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Q. 우리학교는 교육과 연구 중 어느 쪽에 더욱 집중하는 편입니까?
교육과 연구의 개념, 역할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학부 중심이라고 보고 연구를 대학원 중심이라고들 합니다. 외국의 명망 있는 대학들을 살펴보면 대학원생 수가 학부생 수보다 서너 배는 많습니다. 이건 순수히 연구중심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학교는 오히려 학부 학생 수가 훨씬 많고, 이는 우리나라 대학 대부분이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중심대학도 좋지만, 우리학교는 기본적으로 연구보다 교육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만드는 일’이고 이것이 우리의 핵심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연구를 등한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는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도 필요하겠으나, 단지 교육을 할 때에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학교가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수님들의 연구활동이 필수적입니다. 연구의 질은 학생의 교육에도 반영됩니다. 기존에는 교수님의 능력을 검증하는 방식이 연구의 질보다는 양적 측면에 치중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 연구들의 수준과 내용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학교의 교육중심적 지향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나 국제사회에서 대학을 평가할 때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 평가에 있어 학부생들의 교육은 작은 부분에 불과하고 주로 교수님들의 연구성과를 보고 대학의 수준을 판가름합니다. 그럼에도 우리학교는 어떤 교수님께서 노벨상을 몇 개를 수상하셨는가, 이런 성과보다는 교수님들께서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학생들에게 얼마나 투자하느냐를 더욱 중시합니다. 우수한 교수님을 초빙하는 것을 마다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에 집중하는 교수님을 바라는 것입니다.

 

Q. 향후 동산의료원의 발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첫째로는 대구 서역의 발전, 둘째로는 국제화를 통해 우리의 의학기술을 펼쳐나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신축 동산병원의 입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 끝에 성서 지역을 택한 이유는 우리만을 위한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 속에 존재하는 계명대학교’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달서구는 인구가 50만 명에 달하고 이는 전국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많은 숫자입니다. 그런데도 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의료시설이 상당히 부족했습니다. 우리학교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사회의 역할이 컸던 만큼 우리도 지역민들에게 보답하고자 했습니다. 지난 2008년 계명아트센터를 성서 지역에 준공하면서 지역사회의 문화시설 확충을 실현하였고, 이번에는 동산병원을 성서로 이전함으로써 성서지역의 의료의 질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처럼 우리학교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지역사회 속에서 대학이 부담해야 할 책무를 이행한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앞으로 동산의료원은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동시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합니다. 병원의 주된 업무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고, 여기에는 반드시 최고의 수준이 요구됩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가 바로 심장이식 수술입니다. 한강 이남에서 이런 고난도 수술을 성공한 곳은 동산병원이 최초입니다. 심장과 신장을 동시 이식하는 수술도 우리가 해냈습니다. 또 로봇수술기술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학교를 방문하셨을 때 “동산병원의 로봇수술이 전국적으로도 모범적이다”라고 언급할 만큼 대단히 권위가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가는 것입니다. 현재 동산병원을 찾는 사람 중에는 외국인들, 특히 중앙아시아나 러시아 쪽에서 우리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병원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의료 국제화를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입니다.
반면 대구동산병원은 동산병원 본원이 성서로 이전하면서 현재 300병상 규모로 축소되었지만, 언젠가 1천 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옛 선구자들이 기독교 정신에 따라 제중원을 세워 인술을 베풀었듯, 우리는 향후 대구 도심지에 1천 병상 규모의 병원을 만들 책무가 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언젠가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Q. 우리학교가 가진 저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우리가 그곳에서 봉사한다, 이것이 우리학교의 설립 이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못하거나 관심조차 두지 않는 곳에 가서 그 지역을 사회적·학문적으로 개척하는 것입니다. 또 그것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학교의 저력입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도 우리학교의 저력이 발휘됐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병원 중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병실을 내준 곳은 대구동산병원밖에 없었습니다. 험지를 개척하고 헌신하는 정신, 이것이 설립자들의 정신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고 하겠습니다.
한편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AI나 4차 산업혁명 같은 것들이 인류를 구원해줄 것인 양 이야기했는데, 우리학교는 그 통로를 국제화에서 찾았고 이것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자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치자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대구시민을 구제하는 것은 약이나 AI, 4차 산업혁명이 아니었지 않습니까? 계명의 헌신정신과 개척정신이 대구시민을 구하는 데 한몫했다고 봅니다.
물론 4차 산업혁명도 좋고 AI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도구에 불과하지 원동력은 전혀 아닙니다. 원동력은 인간성에서 나온다. 도구는 결코 본질이 될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버릴 수 없고 지켜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학생들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Q. 지방대학의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리적 요인이 우리학교에 있어 큰 패널티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이런 물리적 장애물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코로나가 서울이라고 피해 가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지방과 서울의 격차가 과거에 비해 의미를 잃고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이는 ‘대학이 어디에 위치하든 교육의 내용이 우수하다면 그곳에 학생들이 몰린다’라는 뜻입니다. 우리학교의 어느 전공이 매우 뛰어난 수준이라면 서울에 있는 학생들이 왜 우리학교의 수업을 마다하겠습니까? 지역이다 중앙이다 하는 개념은 점차 약화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어느 교수님께서 얼마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시느냐가 핵심이지, 지역성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우리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뒤처집니다. ‘지방’이라서가 아니라 ‘계명’이라는 이름으로서 뒤처지는 셈입니다.

 

Q. 대학공동체(교수-학생-직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학공동체의 역할을 논하기 위해서는 ‘누가 이 학교의 주인인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선 법적인 의미로 학교의 주인은 법인입니다. 교수를 채용하고 직원을 고용하며 재산을 관리하고 소유하는 주체죠. 다음으로, 상징적인 주인은 계명인입니다. 동문, 제자, 학생, 교수, 직원… 그리고 도의적인 주인은 국가와 사회입니다. 물론 기독교 대학으로서 우리의 궁극적인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다만 이 질문은 상징적인 주인이 누구인가를 묻는 것 같습니다.
교수-학생-직원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공동체가 시대적인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대학공동체는 자유민주주의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악용하여 다수의 폭력, 다수의 독재가 나타나 우리 공동체를 훼손할 여지가 없도록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계명의 주인들은 늘 이러한 흐름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학생-직원을 잇는 ‘핵’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졸업을 하기에 학교와의 일체감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졸업하고 떠난 자리에는 교수와 직원이 남습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학교의 흥망이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대학공동체의 핵심은 교수와 직원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4년 후 학교를 떠난다고 해도 교수와 직원은 오직 학생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대학의 상징적인 주인이 학생임은 물론입니다. 4년마다 학생들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학생성’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대학의 주체는 학생이 맞습니다. 다만 이러한 학생성을 지켜주는 역할이 교수와 직원의 몫이라는 의미입니다. 계명의 가치를 지켜나갈 책무는 교수와 직원에게 있고, 우리의 가치가 흔들릴 때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관점을 두고 독재를 한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독재라면 독재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핵심가치를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는 당연히 부정이나 비리와 무관해야 하겠거니와, 우리학교의 청정절융 정신을 바탕으로 존속시켜야만 합니다.

 

Q. 미래의 우리학교를 위해 추진 중인 계획이 있습니까?
30년 뒤 우리학교의 청사진을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2050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라는 미지의 세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2050 프로젝트는 2050년을 살아갈 계명인들이 어떤 교육과정을 거쳐 어떤 제자로 육성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2050년에는 과연 채플관이 필요하겠는지에 대한 문제부터 학과에 이렇게 많은 교수가 있어야 하는지, 그 학과에 아주 탁월한 교수 한 사람이 있으면 되는 것은 아닌지 등의 예측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어쩌면 2050년에는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하나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발상들을 포함해서 30년, 한 세대를 내다보고 2050년의 계명교육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사실 당장 5년 후의 모습도 예측하기도 힘든 만큼 틀릴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어쨌든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이 작업은 정진갑(화학‧교수) 대학원장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완성까지는 대략 2~3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Q. 학생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학생들이 늘 기억해야 할 것은 ‘내일이 결국 오늘이 된다’라는 생각입니다. 막연하게 돈을 많이 벌겠다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이상적인 꿈을 가져야 합니다. 취업을 위해서 많은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연연하고 있지만, 대학이 추구하는 것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다만 이상을 가질지라도 허무한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이상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 이상이 내일이라고 할 때, 그것은 오늘이 됩니다. 오늘의 이상이 내일엔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계명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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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